현대차 노조가 11일 이례적으로 “채용 관련 어떠한 불법행위도 근절한다”는 제목의 보도 자료를 냈다. “채용 과정에 청탁·압력·강요·금품·향응은 있을 수 없다. 비리 연루자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법적 책임을 묻고 일벌백계하겠다”는 것이다. 노조가 이런 방침을 내놓은 것은 현대차가 올해 10년 만에 생산직 700명을 뽑기로 하면서 “노조 누구에게 말하면 된다더라” “이미 내정된 사람이 있다더라” 하는 취업 관련 소문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뜬소문이 난무하고 취업 브로커까지 등장한 것 같아 난감한 상황”이라며 “과거와 같은 채용 비리는 절대 없다는 점을 명확히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채용 비리를 엄단하겠다고 나선 건 현대차 생산직을 ‘신이 내린 직장’이라 할 만큼 대우가 좋은 것도 한 요인이다. 울산·아산·전주 공장에서 일하는 생산 직원은 평균 연봉 9600만원(2021년 기준)에 만 60세까지인 정년이 보장되며, 정년 후에도 계약직으로 1년 더 근무할 수 있다. 재직 땐 현대차를 최고 30% 싸게 살 수 있고, 퇴직 후(25년 이상 장기 근속자)에도 평생 25%까지 할인받는다. 직장인들 사이에선 “뽑아준다면 대기업(사무직)을 포기하고서라도 가야 하는 곳” “국회의원 다음으로 좋은 직업”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 때문에 과거 현대차 생산직 채용 비리가 만연했고, 노조는 크게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2005년 입사 추천 대가로 브로커를 통해 4억원대 금품을 받은 노조 간부 등 8명이 구속됐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에서 1조 근로자들이 퇴근을 하고 있다. /뉴스1

현대차 노조는 이에 과거와 같은 채용 비리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전 자정 노력에 나선 것이다. 노조는 “10년 만의 충원인 만큼, 전국에서 많은 사람의 관심과 지원이 잇따를 것으로 본다”며 “과거 회사와 노조 간부의 채용 비리 악행과 세습을 이번에 바로잡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다음 달 채용 공고를 내고 올 상반기 생산직 400명, 하반기 300명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전기차 전환에 필요한 강제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규 채용은 중단한 채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퇴직을 기다려왔다. 하지만 최근 5년간 해마다 1000~2000여 명이 정년퇴직하자 신규 채용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기아는 5년 만에 생산직 100명을 채용했는데, 4만9432명이 지원해 경쟁률 500대1을 기록했다. 나이·학력 제한은 없었으며, 자동차 상식을 묻는 입사 시험을 포함해 인성검사·면접·신체검사를 진행했다. 현대차도 비슷한 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당 분야 전문성을 따지는 사무·연구직과는 달리, 생산직은 채용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채용 비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기아 노조는 ‘고용 세습’이란 비판을 받는 단체협약 조항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기아 단체협약 26조에는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퇴직자 및 장기 근속자(25년 이상)의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내용이 있다.

고용노동부는 기아의 단체협약이 헌법상 평등권과 고용정책기본법을 위반한다고 판단하고 시정명령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지만, 기아 노조는 “정부가 노조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다”며 “단체협약 사수 투쟁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러니 청년들이 ‘신의 직장’에 취업하는 문은 갈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