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1일(현지 시각) 전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 올랐다. 1949년 창간된 모터트렌드는 자동차 분야 최고 권위를 인정 받는 매체로, 해마다 에디터·자문위원들의 비공개 투표를 통해 ‘모터트렌드 파워리스트 50인’을 선정한다. 이 중 1위인 ‘2023 올해의 인물’에 정의선 회장이 선정된 것으로 한국인으론 처음이다.
모터트렌드는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새로운 시대로 이끌고 있으며, 자동차 업체 CEO 이상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출시한 전기차가 전 세계에서 호평을 받으며 테슬라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르고, 도심항공기·로보틱스 같은 신사업으로 모빌리티의 영역을 넓히고 있는 모습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모터트렌드는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비저너리(Visionary·비전가)”라면서 “정 회장과 그의 비전, 그리고 현대차그룹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대차·제네시스·기아 신차는 눈길을 사로잡는 디자인과 뛰어난 품질, 합리적 가격으로 각종 상을 휩쓸며 연속 홈런을 날리고 있다”고 극찬했다.
◇메리 바라 GM 회장 2위, 일론 머스크는 42위
이날 발표된 자동차 산업 영향력 있는 인물 50인 중 2위는 메리 바라 GM 회장, 4위는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회장이 차지했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42위에 그쳤다. 지난 2018년 1위에 올랐던 메리 바라 GM 회장은 GM의 급격한 전기차 전환을 추진하는 여성 CEO로 해마다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론 머스크 CEO는 지난 2017년 1위에 올랐지만, 해마다 순위가 내려가고 있다.
지난해 1위는 짐 팔리 포드 CEO였다. 짐 팔리 CEO는 1900년대 포드가 세계 최초로 내놓은 대량생산 자동차 ‘모델T’ 이후 100여 년 만의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2021년엔 코로나 상황을 감안해 특정 인물을 선정하지 않았다. 2020년엔 현대차 디자인을 혁신한 피터 슈라이어 현대차 사장, 2019년엔 푸조시트로엥과 합병을 추진한 세르지오 마치오네 전 피아트크라이슬러 CEO가 1위에 올랐다.
올해 50인 중에는 현대차 디자인에 큰 기여를 한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 창의성 총괄 사장(3위),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운영 총괄 사장(10위),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28위), 카림 하비브 기아디자인센터장(44위)도 올라 총 5인이 현대차그룹에서 배출됐다. 자동차 배터리와 전장 분야에서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는 구광모 LG그룹 회장(20위)과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45위)도 이름을 올렸다.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며 배터리 제조사의 영향력이 커진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3대상 모두 수상… “연속 홈런 날리는 중”
한편 11일(현지 시각) ‘북미 올해의 차’ 선정위원회는 기아 EV6를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아이오닉5와 EV6는 ‘세계 3대 자동차상’을 모두 석권했다. 지난해 현대 아이오닉5는 ‘세계 올해의 차’, EV6는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아이오닉5와 EV6가 같은 플랫폼을 적용한 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 자동차가 세계 3대 상을 모두 휩쓴 셈이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2017년 전기차 플랫폼 ‘E-GMP’ 개발에 착수할 당시 “우리가 과거에 만든 것과는 전혀 다른, 완전히 새로운 차를 만들자”고 독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해 4월 정의선 회장은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가 선정하는 ‘자동차 산업의 파괴적 혁신가’상을 받으며 표지에 등장한 바 있다. 2021년에는 영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카가 주관하는 ‘2021 오토카 어워즈’ 최고상인 ‘이시고니스 트로피’를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