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3를 타는 장모(34)씨 부부는 요즘 틈틈이 ‘탈출 시뮬레이션’을 한다. 망치로 차창을 깨는 시늉을 하고 차 문 수동 개폐 손잡이 위치를 눈감고도 찾을 수 있도록 반복해서 만져본다. 테슬라는 사고로 전기가 차단되면 밖에서 차문을 열 수 없고 안에서도 문 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수동 개폐 손잡이가 없는 뒷좌석에 탔을 때를 대비해 앞좌석으로 재빨리 넘어오는 연습도 한다. 장씨는 “테슬라 사고 소식을 잇따라 접하면서 차 타기가 무서워졌다”고 했다.
차에서 탈출하는 법을 연습하고 망치·칼 같은 비상용 아이템을 구비하는 테슬라 차주들이 늘고 있다. “아이들에게 매주 한 번씩 탈출 방법을 교육한다”는 차주도 있다. 이들의 불안감은 지난 9일 세종시 국도에서 발생한 모델Y 전소 사고 이후 부쩍 커졌다. 사고 당시 차량 운전자는 차문을 열지 못해 시민들이 망치, 소화기로 차창을 부숴 구출했다.
테슬라는 차 안에 문고리가 없다. 사고 시 탈출이 어려운 이유다. 앞좌석의 경우 창문 조작부 위쪽에 작은 수동 개폐 손잡이가 있지만 뒷좌석은 수동 손잡이 자체가 없다. 모델3와 모델Y 뒷좌석의 경우 도어 하단 고무패드를 제거하고 수동 개폐 장치가 들어있는 플라스틱 뚜껑을 연 다음, 그 안에 있는 케이블을 당겨야 차 문을 열 수 있다. 모델S 는 뒷좌석 시트를 들춰야 하고, 모델X는 뒷좌석 스피커 커버를 벗겨야만 수동 개폐 장치가 나온다. 모델Y 차주 김모씨는 “사고가 나면 1~2초가 골든타임인데 숨겨진 손잡이를 언제 찾느냐”며 “아이들에겐 사고가 나면 앞으로 넘어와 창문으로 탈출하도록 교육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에는 ‘비상 탈출용 수퍼 망치’나 ‘안전벨트 커터’ 같은 테슬라 전용 비상용 상품들도 등장했다. 자동차 동호회 게시판 등에는 “뒷좌석 수동 개폐용 케이블을 미리 빼놓고 비상 레버 손잡이를 달아놓으라”는 노하우들도 공유되고 있다.
한미 FTA에 따라 한국 판매량이 연 5만대가 안 되는 미국 차 브랜드는 미국 안전 규정만 따르면 된다. 판매량이 4만대 수준인 테슬라도 미 규정을 따른다. 미국은 도난이나 탑승자에 대한 가해 위험성 때문에 사고가 나도 차 문이 꼭 열려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테슬라가 국내 안전기준을 준수할 수 있게 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