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자동차회사 GM이 LG에너지솔루션과 추진하던 4번째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계획이 무기한 보류됐다고 WSJ가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앞서 포드와 SK온의 튀르키예 합작 공장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나온 소식으로, 배터리 업계에선 완성차업체보다 배터리 업체의 협상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GM과 LG에너지솔루션은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에 총 3개의 합작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인디애나주에 4번째 공장도 추진중이었다. 하지만 WSJ는 이 계획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양측간 회담이 합의 없이 종료되면서 4번째 공장 건설 계획은 무기한 보류됐다”고 보도했다. GM은 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4번째 공장을 짓겠다는 의지가 확실하며, 다른 파트너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LG에너지솔루션 경영진이 불확실한 거시경제 전망을 감안해 프로젝트 참여를 주저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오른쪽)과 메리 바라 GM 회장이 합작 계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GM뿐 아니라 스텔란티스, 혼다 등 다양한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투자 금액이 커지고 있으며, 포드는 튀르키예에 짓기로 한 배터리 공장 파트너를 SK온에서 LG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LG는 테슬라에 공급하기 위한 배터리 공장도 국내에 따로 짓고 있다. LG의 투자 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완성차업체에 대한 협상력이 높아지면서, GM과의 추가 공장 계획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앞서 포드와 SK온이 함께 짓기로 했던 튀르키예 공장 협상이 틀어진 것도, SK온이 최근 경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협상에 소극적으로 임했기 때문이라는 업계 분석이 나온다. 특히 SK온이 포드와 초기 협상에서 배터리를 저가로 수주했기 때문에 더더욱 이번 계획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각각의 협상 결렬에 대해 “아직 최종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자동차 업계에선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키를 쥐고 완성차업계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례로 보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최근 영국 배터리 스타트업 브리티시볼트가 파산 신청을 하면서 배터리 산업의 진입 장벽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며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협상력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