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발 가격 인하 효과가 자동차 업계를 흔들고 있다. 중국과 미국에서 테슬라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경쟁 업체들도 앞다퉈 가격 인하에 나서는 ‘치킨게임’ 양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테슬라는 지난 6일과 12일(현지 시각) 중국과 미국에서 각각 최대 13.5%, 20%의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효과는 즉시 나타나고 있다. 중국상업은행에 따르면 테슬라는 가격 인하 직후인 9일부터 15일까지 중국에서 1만2654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전체 차량 판매는 14.5% 감소했다. 테슬라에 자극받은 현지 전기차 업체들도 잇따라 가격 인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전기차 업체 샤오펑은 최근 가격을 최대 13% 내렸고, 또 다른 전기차 업체 시리즈도 최대 3만위안(약 548만원)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미국에서도 테슬라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전기차 전문 매체 일렉트렉은 “가격 인하 이후 전례 없는 속도로 테슬라 재고가 소진되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 4만6990달러였던 모델3는 보조금 적용 시 3만6490달러까지 가격이 내려간다. 이는 현대차 아이오닉5(4만1450달러)보다도 싼 가격이다.

테슬라가 이처럼 공격적인 가격 인하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차량 1대당 이익 규모가 1만5653달러(1933만원, 지난해 3분기 기준)에 달할 만큼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폴크스바겐의 2배, 현대차의 3배, 도요타의 4배로, 경쟁사에 비해 가격 인하 여력이 충분한 것이다.

이는 차체를 통째로 찍어내는 ‘기가 캐스팅’ 같은 제조 혁신 덕이다. 기존 차량은 하부에서만 70개 부품을 조립하고, 차량 전체로는 5000여 군데 용접이 필요하다. 그러나 테슬라는 6000t의 힘을 가할 수 있는 기가 프레스로 앞뒤 차체를 통째로 찍어낸다.

생산비가 낮은 중국 공장에 주요 생산을 의지하고, 광고 비용 등을 지출하지 않은 것도 이익을 높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격 인하 경쟁이 장기화할수록 재무적 여력이 큰 테슬라에 유리한 구도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