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자동차 684만대를 판매한 현대차그룹이 도요타·폴크스바겐에 이어 사상 첫 글로벌 판매 3위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2010년 포드를 제치고 글로벌 5위에 오른 지 12년 만이고, 2021년 GM을 제치고 4위에 오른 지 1년 만이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지난해 상반기에는 반도체 공급난 여파로, 하반기엔 수요 감소로 판매가 줄었지만, 현대차그룹은 공급망을 상대적으로 잘 관리하고 가성비 모델을 앞세워 주요 시장을 공략하면서 글로벌 판매 빅3에 올랐다.
◇가성비로 승부, 주요 시장 점유율 늘려
글로벌 1, 2위는 2021년보다 1% 감소한 1040만대(예상치)를 판매한 도요타그룹, 7% 감소한 830만대를 판 폴크스바겐그룹이 각각 차지했다. 현대차그룹과 3위를 다툰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은 현대차에 50만대가 못 미친 총 625만대를 판매한 것으로 추산된다. 르노는 전년 대비 5.9% 감소한 205만대, 닛산·미쓰비씨는 각각 320만대·100만대를 판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판매량은 각 사의 가장 최근 실적 발표를 토대로 산출한 것으로, 일부 오차가 있을 수 있지만 순위가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 5위인 스텔란티스(푸조시트로엥과 피아트크라이슬러 합병)는 지난해 미국·유럽 판매가 10% 넘게 하락해 약 605만대를 판매하는 데 그친 것으로 추산됐다.
현대차그룹은 주요 경쟁사들의 판매가 큰 폭으로 감소한 와중에도 글로벌 판매를 전년 대비 2.7% 늘렸다.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러시아 판매가 급감했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10% 수준의 점유율을 달성하며 이를 만회한 덕분이다. 2021년 미국 시장에서 혼다를 제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 판매량 147만대로 처음으로 10%가 넘는 점유율(10.8%)을 기록하며 GM·도요타·포드·스텔란티스에 이어 5위를 굳히고 있다. 유럽에선 2021년 8.7%이던 점유율이 지난해 9.4%로 높아졌다. 폴크스바겐·스텔란티스·르노 다음 4위로, 르노와의 판매 격차는 571대에 불과했다. 브랜드 파워가 강력한 현지 브랜드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 4대 자동차 시장(중국·미국·유럽·인도)으로 부상한 인도에서도 선전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인도 시장에서 전년 대비 17% 증가한 80만대를 팔아 1위 마루티스즈키와 격차를 좁혔다.
◇하이브리드 병행 전략 유리… 치열해지는 미래차 시장은
빅3 진입의 원동력은 ‘가성비’였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과거 가격만 싼 차로 인식됐던 현대차가 최근 디자인과 성능이 눈에 띄게 좋아지면서 가격 대비 효용이 큰 차로 선호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오닉5와 EV6를 포함한 새로운 플랫폼의 전기차들이 이 같은 이미지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아이오닉5와 EV6는 글로벌 3대 자동차상(세계 올해의 차·북미 올해의 차·유럽 올해의 차)을 휩쓸었다.
현대차가 이들 전기차와 함께 다양한 하이브리드 차종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경쟁사에 비해 유리한 점으로 작용했다. 하이브리드차에 집중해온 도요타, 디젤 게이트 오명을 벗기 위해 전기차에 올인하고 있는 폴크스바겐에 비해 고객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이다. 박정규 한양대 겸임 교수는 “중국 판매 비중이 30%대로 높은 폴크스바겐그룹의 중국 판매가 급감하고 있어 현대차가 장기적으로 2위를 달성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며 “다만 현대차가 중국 판매를 어느 정도 정상화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테슬라를 포함한 신흥 전기차 업체들이 급부상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은 현대차에 위기 요소다. 특히 테슬라는 지난해 17%(3분기 기준)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무기로, 최근 차량 가격을 최대 20% 인하하며 치킨 게임을 시작했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IRA(인플레감축법) 타격을 받고 있는 현대차로선 부담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애플·샤오미 같은 전자 업체들까지 전기차 플레이어로 등장하면서 기존 전통차 업체들의 파이를 빼앗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