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자동차 회사 도요타가 지난 26일 14년 만에 사장 교체라는 깜짝 발표를 한 이튿날 회사 주가는 0.4% 오르는 데 그쳤다. 신임 사장 겸 CEO에 임명된 사토 고지(53) 렉서스 사장에 대한 불확실성,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오는 4월 부임하는 사토 신임 사장은 와세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도요타 수석 엔지니어 출신이다. 30년간 도요타의 주요 자동차 개발에 참여해왔다. 전임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26일 사토를 후임자로 발표하면서 “도요타의 철학·기술·매너를 익히고자 제조 현장을 뛴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차를 잘 알고, 도요타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최우선으로 했다는 것이다. 사토 신임 사장도 “자동차 만들기를 사랑한다. 차를 계속 만드는 사장이 되고 싶다”고 했다.
엔지니어를 사장으로 선임한 것은 기술을 우대하는 도요타 전통을 반영한 것이다. 우치야마다 다케시 현 회장도 세계 최초 하이브리드차인 프리우스 개발을 주도한 수석 엔지니어 출신이다.
세계 자동차 업계는 차를 잘 아는 엔지니어 출신을 신임 사장에 임명한 일을 품질관리와 제품 혁신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경영 전반 능력은 검증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사토 사장은 일본 최대 자동차 회사를 전기차 중심의 ‘모빌리티 회사’로 전환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하이브리드차 강자지만, 전기차 시장에선 후발 주자인 도요타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퇴임 이유를 “도요타를 ‘자동차 제조 업체’ 이상으로 이끌 수 없었고 CEO로서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한 만큼 올해부터 도요타의 미래차 전략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전기차에 매진하기보다는 하이브리드와 수소차 등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친환경차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26일 기자회견에서 “전기를 사용하는 것만이 목표를 달성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탄소 중립을 위해선 되도록 모든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