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코리아

BMW의 신형 7시리즈인 뉴740i를 타봤다. 7년 만에 풀체인지된 이 대형 세단은 경쟁 모델인 벤츠 S클래스보다 15㎝ 이상 더 길다. 더욱 커진 정면의 키드니 그릴을 보니 이전 세대 차량과는 완전히 다른 차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5390㎜의 전장은 S클래스보다 롤스로이스의 기함 고스트(5546㎜)를 떠올리게 했다.

주차된 차량에 다가가 문에 달린 버튼을 누르자, 옆 차에 닿지 않을 정도까지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센서가 자동으로 주변 장애물을 감지해 열리는 각도가 달라진다. 운전석에선 브레이크만 밟으면 문이 자동으로 닫힌다.

S클래스가 안정적이고 고급스러운 뒷좌석 승차감에 방점을 찍고 있다면, 740i는 여전히 오너 드리븐을 위한 차량으로 느껴졌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즉각적으로 반응했고, 공차 중량이 2t이 넘는 차량을 마치 5시리즈처럼 운전할 수 있었다. 속도를 높여 시속 100㎞ 이상에서 차선을 급하게 변동할 땐 이전 세대보다 개선된 안정감이 느껴졌다. 속도와 노면에 따라 차량의 높낮이를 제어하는 에어서스펜션 덕에 차량의 평형 상태가 잘 유지됐다.

운전대 뒤쪽 계기반에는 증강 현실 기능을 통해 앞차와의 간격과 차로 유지 현황 등이 표시된다. 그래픽의 시인성이 뛰어나고 직관적이어서 운전에 큰 도움이 되고 피로도도 줄었다. 운전에 가장 중요한 조작계인 핸들 역시 스포크(살)가 수직보다 살짝 처져 있어 손을 걸치거나 잡을 때 그립감이 편리했다. 사소하지만 운전 시 피로도를 배려한 부분이다.

BMW 7시리즈 내부. 터치 한번으로 31.3인치 대형 디스플레이가 펼쳐져 달리는 영화관 역할을 한다. /BMW코리아

‘회장님 차’로도 통하는 이 차량의 하이라이트는 뒷좌석이다. 손잡이에 위치한 디스플레이를 통해 ‘씨어터 모드’를 터치하자, 천장에서 31.3인치의 대형 디스플레이가 내려왔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영상도 시청이 가능해 말 그대로 ‘달리는 영화관’이 된다. 해상도는 최신형 TV 중에서도 최고 수준인 8K에 달한다.

다만, 대형 스크린이 내려오면 운전자가 후면 상황을 보는 데 제약을 받게 된다. 증강 현실 기능을 활용한 디스플레이를 통해 전후좌우를 살필 수 있다 해도 다소 갑갑한 느낌이 들었다.

2열 손잡이에 있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조수석을 앞으로 밀어내고, 실내 조명을 조절하면 항공기 퍼스트클래스 못지않은 내부를 만들 수 있다. 이전 세대 대비 휠베이스(축간 거리)가 13㎝ 길어졌기 때문에 공간이 한층 여유 있었다. 헤드룸 공간도 넉넉해진 데다 메리노 가죽을 사용한 착좌감 역시 S클래스 못지않았다. 브레이크를 급격히 제동할 때도 안정적인 승차감이 유지됐다. 7시리즈가 이제야 비로소 S클래스의 대항마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BMW 7시리즈 앞좌석. 크리스털 모형의 엠비언트 라이트가 고급감을 더한다. /BMW코리아

운전석 주변의 커브드 디스플레이 같은 실내 기능과 미적 부문은 모두 합격점을 주고 싶다. 중앙에 위치한 디스플레이는 얇은 패널 형태인데 이 패널이 살짝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며 심플하고 미래 지향적 느낌을 준다. 크리스털 모형의 굵은 선으로 앞좌석을 일직선으로 가로지르는 엠비언트 라이트도 고급감을 더한다. 바워스 윌킨스의 음향 스피커 18개가 등받이 등 실내 곳곳에 설치된 것도 기대 이상이었다. 등받이에 설치된 스피커로 360도에서 음악이 울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가격은 1억7300만원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