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부산신항과 가까운 부산 강서구 성북동의 한 공터에서는 컨테이너에 신차를 넣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40피트(약 12m) 컨테이너 바닥에 자동차를 고정하는 고리를 먼저 설치하고, 작업자가 일일이 직접 자동차를 운전해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갔다. 이후 차량이 움직이지 않도록 바퀴 4군데를 벨트로 감아 고리에 결박했다. 이런 방식으로 컨테이너마다 차량을 두 대씩 넣고 차가 흔들리지 않도록 공기 주머니를 차량 앞뒤, 양옆으로 꽉 채웠다. 쌍용차가 칠레·페루 등 남미로 렉스턴 스포츠(수출명 무쏘)를 수출하는 현장 모습이다.

꽉 끼는 컨테이너 타고 남미까지 쌍용차의 렉스턴 스포츠(수출명 무쏘) 차량이 컨테이너에 실려 있다. 작업자가 일일이 자동차를 운전해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간 뒤 바퀴에 벨트를 감아 고정한다. 쌍용차는 지난해 9월부터 자동차 전용 운반선(카캐리어)을 구하지 못해 일부를 컨테이너선으로 수출하고 있다. /쌍용차

◇선박 없어 컨테이너에 차 실어 수출

쌍용차는 작년 9월부터 자동차 전용 운반선(카캐리어)을 구하지 못해 수출 물량 일부를 컨테이너에 실어 나르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한 달에 300~600대씩 작년에만 이런 방식으로 약 2000대를 수출했다. 해양수산부가 집계한 자동차 운반선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770척에서 지난해 말 750척으로 줄었다. 노후 선박들이 퇴역했지만, 코로나 탓으로 운반선 공급은 원활하지 못한 탓이다. 그런데 엔데믹 이후 자동차 수출이 대폭 늘면서 운반선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내수보다 수출에 주력하는 국내 중견 자동차 3사(쌍용차·르노코리아차·한국GM)는 지난해 차량 수출이 25~63%로 급격히 늘었지만 자동차 전용 운반선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현대차·기아 같은 대규모 업체들은 해운사와 조 단위 장기 계약을 맺고 완성차를 수출하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6500대를 실을 수 있는 전용선 1척을 통째로 계약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중견 업체들의 자동차 운반선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고, 급기야 쌍용차는 수출 물량을 맞추기 위해 컨테이너선에 실어 나르고 있다.

르노코리아차도 올해 수출 물량을 실어 나를 자동차 전용선을 아직 계약하지 못했다. 르노코리아차 관계자는 “유럽에 주력으로 수출하는 XM3 같은 경우에는 국내 선사를 이용하지 못한다면 유럽 선사를 써야 하는데 한국까지는 빈 배로 와야 해서 오지 않으려 한다”며 “왕복 물류비를 지급하더라도 배를 구하면 다행”이라고 했다.

◇비용 늘고, 선적 작업도 길어져

컨테이너를 활용한 차량 수출은 자동차 전용선의 경우 그냥 차를 실으면 되는 것과 달리 컨테이너 박스에 차량을 일일이 실어야 하는 별도의 ‘포장 작업’이 추가된다. 자동차 전용선은 차가 항만에 도착하는 대로 차례차례 실으면 되지만 컨테이너선은 항만 인근에 신차를 대기시킬 주차 공간, 컨테이너에 싣는 작업을 할 공간이 별도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컨테이너 야적장(야드)은 선적 당일로부터 3일 전에야 개방되기 때문에 쌍용차 등 중견 업체들은 컨테이너 업체와 계약을 맺고 부산신항 인근 공터에서 따로 작업을 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야적장 밖에서 차량이 머무는 하루하루가 전용선이 있었다면 필요 없을 추가 비용”이라며 “정부에 컨테이너 야드 사용을 일주일로 늘려달라고 건의한 상태다”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다행인 건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컨테이너 운임이 급락해 자동차 운반선 이용료와 비슷하거나 싸다는 점이다”라고 했다.

공급이 부족한 자동차 전용선 운임료는 폭등하고 있다. 컨테이너선 운임이 급락세인 것과는 반대로 자동차 전용선 용선료는 2021년 12월 기준 하루 3만5000달러(약 4314만원)에서 지난해 12월 기준 11만달러(약 1억3559만원)로 1년 새 214%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수출은 경제적 효과가 크고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만큼 중견 업체들의 수출난 해소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