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지두(Jidu)’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미국 오픈AI의 챗봇인 ‘챗GPT’와 비슷한 기술을 자동차에 적용하겠다고 지난 14일(현지 시각) 밝혔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바이두와 최대 민영자동차기업 지리차가 2021년 합작 설립한 이 회사는 최근 바이두가 개발한 자연어 AI 기술인 ‘어니 봇(Ernie Bot)’을 자사 전기차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지두는 언제 어느 차에 이 기술을 적용할지 정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올 3분기부터 고객에게 인도되는 신차 ‘로보(ROBO) 01′에 음성 인식 기능과 결합해 구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샤 이핑 지두 CEO는 “세계 최초의 로봇카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자동차에 탑재된 음성 인식 기능은 길 찾기나 날씨 같은 단순 질문에 대응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들은 이를 뛰어넘어 사람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AI 비서를 탑재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챗GPT 기술이 인터넷 발명만큼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미래 자동차 모습이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
◇진짜 ‘키트’ 같은 차 나올까
챗GPT 같은 고성능 텍스트 챗봇 기술이 자동차에 ‘말하는 봇’으로 탑재되면, 자동차의 의미가 크게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가 방대한 정보를 갖고 사람과 비슷한 사고와 대화를 하게 되면, 자동차가 1980년대 인기를 끈 미국 드라마 ‘전격 Z작전’(Knight Rider)에 나오는 키트(K.I.T.T.) 같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BMW는 지난 1월 CES(세계 최대 전자박람회)에서 공개한 콘셉트카 ‘i비전 디(Dee)’를 통해 자연스러운 언어 기술을 가진 인공지능 자동차를 선보였다. 이 차에 탑재된 인공지능 친구 ‘디’는 차에 타기 전부터, 집에 연결된 스피커 장치를 통해 오늘 일정을 알려주고 기분을 묻는다. 차로 다가가면 차의 전면부가 사람처럼 웃는 표정을 지으며 주인을 맞이하고 말도 한다. 차에 타면 목적지와 날씨뿐 아니라 자동차 여러 기능을 안내해주고, 오늘 회의에 필요한 자료도 정리해준다. 당시 BMW는 전격 Z작전 키트를 재현해 전시하기도 했다.
◇필요한 건 고성능 반도체·센서·음성인식 기술
챗GPT 같은 고성능 챗봇이 자동차에서 음성으로 구현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먼저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려면 자동차에 고성능 반도체가 탑재돼야 한다. 이 때문에 최근 자동차 업계는 수백 개의 반도체를 단순하게 통합한 통합 콘트롤 시스템을 구축하고, 고성능 반도체 개발과 확보를 위해 퀄컴·엔비디아 같은 반도체 업체와 손잡고 있다.
또 현재까지 등장한 챗GPT는 대부분 사람의 타이핑을 통해 텍스트로 대화를 나누는 기술로, 자동차에 탑재하려면 음성으로 대화를 처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사람 말과 뉘앙스를 정확히 알아듣고 반응하는 기술은 아직 챗GPT를 구현하기에는 미치지 못한다”며 “음성인식, 자연어 이해 같은 기술이 더 고도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 내부 센서 기술도 중요하다. 자동차가 사람과 대화를 주도하고 사용자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첨단 센서 기술이 핵심이다. 소니혼다모빌리티는 지난 CES 때 발표한 전기차 브랜드 ‘아필라’ 차량 내·외부에 총 45개 센서를 탑재해 차량으로 사람이 다가오는 것은 물론, 차량 내 사람들의 위치와 움직임도 정확히 인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용자의 상태를 감지해 사고를 예방하고 인포테인먼트 체험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