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시내 한 건물 테슬라 전용 충전소에서 충전 중인 테슬라 차량들. /연합뉴스
지난달 서울시내 한 건물 테슬라 전용 충전소에서 충전 중인 테슬라 차량들. /연합뉴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다른 회사 전기차도 사용할 수 있도록 충전 시설을 개방하기로 했다. 테슬라는 15일(현지 시각) “2024년까지 미국에 있는 충전소 최소 7500개를 모든 전기차가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미국 정부가 전기차 충전기의 접속 규격 등 표준을 만들고 표준에 따라야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이런 결정을 했다.

테슬라는 전기차 표준 규격인 DC콤보(CCS 충전 단자)와는 별도의 충전 규격을 고수해왔다. 테슬라는 테슬라만 꽂을 수 있는 충전 단자를 만들어 급속충전이 가능한 ‘슈퍼차저’와 완속 충전이 가능한 ‘데스티네이션’ 등을 운영하고 있다. 테슬라 차량은 DC콤보 어댑터를 이용해 다른 전기차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지만, 반대로 DC콤보 차량은 테슬라 전용 충전 단자를 쓸 수 없어 테슬라 충전기를 사용할 수 없었다. 앞으로는 테슬라가 다른 차량도 충전할 수 있도록 충전기를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표면적으로는 테슬라가 정부 압력에 따라 반강제로 충전 시설을 개방한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테슬라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 “테슬라가 충전시설을 개방한다면 모든 전기차주가 충전을 위해 테슬라 앱을 다운받거나 테슬라 웹사이트를 사용해야 하는 날이 온다는 것”이라며 “테슬라의 충전 시설은 그동안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를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보도했다. WP는 또 “닛산이나 GM이 배터리 개발을 할 때 오히려 테슬라는 충전 네트워크 모두에 투자하고 있었다”라며 “전기차주들은 충전이 가장 중요한 만큼 충전이 쉬운 테슬라에 접근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테슬라는 현재 미국 내 1650개 지역에서 17만700개 이상의 슈퍼차저를 운영 중이다.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충전기를 개발하면서 전기차주들의 충전 데이터를 수집하기가 더 쉬워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슈퍼차저를 이용하려면 테슬라 플랫폼에 가입하기 때문에 다른 전기차주들의 정보와 충전 데이터를 모을 수가 있다”고 했다. 테슬라가 충전시설 개방으로 영역을 확장해놓은 뒤에 차량 가격을 내려 테슬라 보급량 자체를 늘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