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인 미국 테슬라가 캐나다 리튬 개발 업체 ‘시그마 리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시그마 리튬은 브라질에 있는 대규모 리튬 매장지의 광산 개발권을 갖고 있다. 테슬라는 또 호주의 흑연 개발 업체 마그니스 에너지와도 장기 계약을 맺었다.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 시각) “마그니스 에너지는 올해 미국에 공장을 짓고 2025년부터는 최소 3년간 (배터리 소재인) 흑연을 테슬라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소재 확보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양극재의 핵심 광물인 리튬 수요는 덩달아 치솟고 있다. 에너지 전문 조사 기관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지난해 60만t 수준이던 배터리용 리튬의 수요는 2030년에 218만t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특히 배터리와 소재의 자국 생산을 장려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완성차 업체들이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생산국인 중국에서 벗어나 북미산 원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車 업계, 배터리 원료 쟁탈전

미국 GM은 지난달 캐나다 광산 업체 리튬아메리카스에 6억5000만달러(약 85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네바다주의 태커패스 리튬 광산 개발에 참여해 안정적인 배터리 원료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GM은 이번 투자를 통해 중국 간펑리튬을 제치고 리튬 아메리카 최대 주주가 됐다. GM은 2026년부터 태커패스 광산에서 생산되는 연 4만t의 리튬을 전량 구매하기로 했다. 연간 전기차 7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GM은 또 브라질 대형 광산 업체 발레의 비철금속 부문 지분 10%를 인수하기 위한 입찰에도 참여하고 있다. 발레는 브라질·캐나다·호주에 있는 광산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니켈과 코발트 등을 채굴하고 있다.

이 밖에도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과 FTA가 체결된 호주나 캐나다의 배터리 원료 업체들과 앞다퉈 장기 계약을 맺고 있다. 포드자동차는 지난해 6월 호주 광산 업체 라이언타운과 계약하고 내년부터 리튬을 공급받기로 했다. 푸조·지프 등을 보유한 스텔란티스는 지난해 10월 호주 광산 업체 GME리소스와 니켈·코발트 공급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BMW는 호주 ‘유러피안리튬’과 6년간의 리튬 구매 계약을 맺으면서 1500만달러(약 193억원)를 계약금으로 선지급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말 캐나다 ‘록테크리튬’과 연평균 1만t의 리튬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도 원료 공급망 강화

최근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중국에서 벗어나 배터리 소재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17일 “미국 광산 업체 피드몬트리튬으로부터 연간 5만t의 리튬 정광을 4년간 공급받는다”고 밝혔다. 리튬정광은 올해 북미에서 유일하게 상업 생산이 가능한 캐나다 퀘벡의 NAL 광산에서 채굴된다. 리튬 정광은 리튬 광석을 가공해 농축한 고순도 광물로, 배터리 핵심 원료인 수산화리튬을 추출할 수 있다. 이와 함께 LG화학은 피드몬트 리튬과 7500만달러(약 960억원), 약 6%의 지분 투자 계약도 체결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호주 진달리리소스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미국에서 점토 리튬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포스코홀딩스의 자회사 포스코케미칼은 GM과 양극재 합작사인 얼티엄캠을 설립하고 캐나다 퀘벡주에 연산 3만t 규모의 양극재 공장도 건설 중이다.

SK온은 지난해 10월 호주 자원 개발 업체 레이크리소스의 지분 10%를 확보하고, 친환경 고순도 리튬 총 23만t을 장기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9월엔 호주의 ‘글로벌 리튬’과도 리튬 정광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와 배터리 업계가 소재 확보를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배터리 원자재 확보 역량이 자동차 제조사의 필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 포스코홀딩스 등 국내 주요 전기차·배터리 관련 기업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Minerals Security Partnership)’을 활용해 희토류·니켈·리튬 등 해외 광산 사업 참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