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닛케이 등 일본 매체들에 따르면 최근 일본 상용차업체 히노자동차는 다음달부터 BYD 30인승 전기버스인 ‘판초 Z’를 일본에서 판매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17일 갑자기 계획을 취소했다. 히노는 BYD로부터 소형 버스를 OEM(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공급받아 이달 말부터 일본 버스 운송업체에 공급할 예정이었다.
히노가 갑작스럽게 버스 판매를 취소한 것은, 중국 BYD가 독성 중금속인 ‘6가 크롬’을 쓰지 않은 버스를 만들어달라는 히노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6가 크롬은 차량에 녹이 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강판 등의 표면처리에 사용되는 화학 물질로 1군 발암물질이다. 납, 수은, 카드뮴과 함께 4대 중금속으로 꼽힌다.
BYD 일본법인은 일본 내 판매한 전기버스 5종의 볼트, 너트 같은 부품에 ‘6가 크롬’ 사용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운행중 운전자나 승객, 정비사 등에 유해한 영향은 없다”며 “일본 법을 준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승객의 안심을 위해 내년 말 새로 출시하는 전기버스부터는 6가 크롬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본 버스운송 업체들은 BYD버스를 디젤 버스로 급하게 교체중이다. 게이한 버스(교토시)는 BYD 전기버스 4대를 23일부터 디젤 버스로 변경하기로 했다. 세이부 버스(사이타마현 소자와시)는 BYD 전기버스를 2대 도입해 27일부터 사용할 예정이었지만, 운행 개시 연기를 검토중이다.
일본자동차공업회(JAMA)는 지난 2008년부터 6가 크롬을 사용금지 품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RoHS(특정 유해물질 사용제한)를 통해 전기·전자기기, 승용차에 대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도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을 통해 4대 중금속을 규제하고 있다. 전자기기나 자동차에 사용하는 부품은 납, 수은, 6가 크롬이 중량의 0.1% 이내로 검출돼야하며, 카드뮴 검출 기준은 0.01% 이내다. 그러나 규제 대상이 승용차, 승차정원이 9인 이하인 승합차, 경형 및 소형 화물차로만 제한돼있어 버스나 대형 트럭은 예외다.
BYD 전기버스는 지난 2019년부터 작년 말까지 197대가 국내 판매됐으며 서울시 등 주요 도시에서 시내버스용으로 운행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 버스는 지난해 868대가 판매돼, 전체 전기버스 시장의 42%를 장악했다. 지난 2019년부터 작년 말까지 국내 판매된 중국산 전기버스는 1834대에 달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실태조사 후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국제 규제동향 등을 고려해 규제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