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이 전기차 배터리 가격을 큰 폭으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당장은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자국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공고히 하겠다는 차원이지만, 향후 글로벌 시장 전체로 가격 인하를 확대할 경우 한국 배터리 업계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5일 로이터에 따르면 CATL은 오는 3분기부터 LFP(리튬·철·인산) 배터리의 주원료인 탄산리튬 가격을 t당 20만 위안(약 3770만원)으로 고정해 산출한 가격으로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현재 탄산리튬 가격이 t당 32만 위안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배터리 가격을 15% 안팎 낮추는 것이다. 일단 CATL은 3년간 전체 배터리 사용량의 80% 이상을 CATL에 의지하는 기업에만 할인을 제공하기로 했다. 로이터는 “막대한 채굴권을 확보하고 있는 CATL의 힘”이라며 “전기차에 이어 배터리 부문에서도 가격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CATL이 공격적인 가격 인하에 나서는 것은 지난해 t당 58만 위안까지 치솟았던 탄산리튬 가격이 최근 3개월간 45% 하락한 데다, 올해부터 중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며 자국 내 수요 둔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월 전기차를 포함한 중국 내 신에너지차 판매는 작년 12월보다 44%나 줄었다. 반면 중국 시장에선 CALB, 궈시안, EVE에너지, 신왕다 같은 토종 배터리 업체들이 글로벌 탑 10에 진입할 정도로 급성장하며 CATL을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을 대폭 떨어뜨려 시장 점유율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중국 매체 차이신은 “여력이 있는 기업들은 CATL을 따라 가격 인하를 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도태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업체들도 CATL발 가격 전쟁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CATL의 매출 80%가 중국에서 나와 이번 인하 파장이 당장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가격 인하가 확산되면 중국산 LFP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미 테슬라 같은 기업이 CATL 가격 인하 대상에 포함된다면 파장은 더 커진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가 인베스터 데이에서 배터리 분야의 비용 절감을 공언한 만큼 CATL 물량을 더 확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예컨대 테슬라가 전기차 대중화를 가속화할 ‘게임 체인저’라며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저가모델 ‘모델2′의 경우 값싼 중국산 LFP 배터리를 장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더구나 CATL은 미국 포드와 손잡고 북미에서도 LFP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한 배터리 업계 전문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같은 장벽에도 중국 업체 해외 진출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향후 국내 업체들도 가격 인하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