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셰는 지난해 완성차 업계 최초로 새로운 탄소 중립 에너지로 불리는 ‘이퓨얼(e-fuel)’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퓨얼은 물을 전기 분해해 얻은 그린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합성해 만든 액체 연료다. 수소를 활용하는 데다 이를 분해하는 역할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액체 연료로 기존 내연기관 엔진, 주유소 등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완성차 업계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포르셰는 지멘스, 엑손모빌 등과 손잡고 지난해 12월 칠레 푼타 아레나스에 이퓨얼을 생산하는 ‘하루 오 파일럿 플랜트’를 열었다. 포르셰는 “파일럿 단계에서 연간 약 13만L의 이퓨얼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며 “생산된 연료는 모터스포츠 이벤트 등에서 우선 사용하고 2025년 이후에는 연간 5500만L, 2027년부턴 연간 5억5000만L까지 생산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칠레 남부는 이퓨얼 생산을 위한 이상적인 기후 조건을 제공한다. 1년 중 약 270일 동안 강한 바람이 불어 풍력 터빈을 최대 용량으로 작동할 수 있다. 마젤란 해협 인근에 위치한 푼타 아레나스는 카보 네그로 항구에서 이퓨얼을 전 세계로 운송하는 데도 적합하다.
포르셰가 이퓨얼 생산에 집중하는 이유는 미래에도 내연기관 차량이 계속해 운행될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포르셰는 전 세계 약 13억대의 내연기관 차량이 운행 중이며, 이들 대다수가 수십년 동안 그대로 운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더욱이 전기차 충전 인프라 건설이 요원한 개발도상국 등에선 상당 기간 내연기관차가 주요 수송 수단 역할을 할 가능성이 더 크다. 포르셰 연구개발(R&D) 이사인 마이클 슈타이너는 “이퓨얼은 기존 자동차 소유자에게 탄소 중립을 위한 대안을 제공한다”며 “포르셰는 이퓨얼과 전동화 두 가지 방식으로 미래차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전동화 보완을 위한 이퓨얼 생산은 포르셰 지속가능성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대규모 투자가 단행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칠레 등의 이퓨얼 플랜트를 건설 및 운영하는 HIF글로벌LLC에 7500만달러(약 993억원)를 투자하는 등 지난해 12월 기준 1억달러가량을 투자했다. 이후 포르셰는 칠레 전력 생산 업체 AME, 미국의 EIG, 베이커 휴스 컴퍼니, 젬스톤 인베스트먼트와 2억6000만달러의 투자금을 조달했고 이는 칠레, 미국, 호주에서 산업용 이퓨얼 시설을 개발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