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이자 세계 2위 자동차 업체 폴크스바겐그룹은 14일(현지 시각)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1800억유로(약 252조원)를 투자하며 전체 투자액의 68%를 전기화·디지털화에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1년 말 1590억유로 투자 계획에서 13% 늘어난 것으로, 경쟁 자동차 업체들의 투자 규모가 많아야 수십조원대 정도인 것에 감안하면 엄청난 금액이다. 지난해 7월 부임한 올리버 블루메<사진> 폴크스바겐그룹 회장이 자동차 패권을 지키기 위한 ‘통 큰 도박’에 나섰다는 평가다.
폴크스바겐그룹은 “배터리 셀 공장과 원재료에 대한 투자가 늘었다”고 설명하면서 배터리를 자체 생산할 방침을 밝혔다. 배터리 광물 조달과 제조를 수직계열화해 전기차에서도 기술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폴크스바겐은 또 중국과 북미 시장 양쪽에 투자를 집중해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회사는 그룹 전체 이익의 절반이 중국에서 나온다. 최근 중국 현지 업체들의 부상으로 판매가 감소하는 추세지만,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블루메 회장은 “우리는 중국 고객의 말을 더 잘 들어야 한다”면서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차량 내 노래방 기능과 아바타 인공지능 비서를 소프트웨어 자회사 카리아드를 통해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은 또 미국 IRA(인플레감축법)가 제공하는 대규모 보조금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북미 시장에도 투자를 늘린다고 밝혔다. 최근 폴크스바겐은 동유럽에 지으려던 배터리 공장을 보류하고 IRA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캐나다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
대규모 투자 발표에도 폴크스바겐 주가는 이날 1.58% 하락했다. 치열한 경쟁을 겪고 있는 중국 시장 회복과 미국 시장 개척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시장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