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 자동차 기업 폴크스바겐은 15일(현지 시각) 독일 함부르크에서 보급형 전기차 ‘ID.2all’의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이날 콘셉트카 공개 행사는 차량 디자인과 성능뿐 아니라 2만5000달러(3280만원) 정도로 책정된 차량 가격도 미디어의 관심을 끌었다. 폴크스바겐 전기차 중 가장 싼 ID.4(3만5000달러)보다 무려 1만달러나 낮은 가격이다. 가격은 대폭 싸졌지만 1회 충전에 450㎞를 달릴 수 있고 첨단 운전 보조시스템과 인포테인먼트 등 각종 편의 사양도 그대로 탑재됐다.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저가 전기차 개발과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성능은 높이면서도 가격은 낮춰 전기차 판매를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2025년 ID.2all 양산 계획을 밝힌 폴크스바겐뿐 아니라 테슬라, 기아, GM, 혼다 등이 3만달러가량의 전기차를 개발하거나 내놓을 예정이다.
◇너도나도 저가 전기차
폴크스바겐에 이어 3만달러대 전기차를 양산하는 건 GM이다. GM은 올해 가을 소형 전기 SUV인 이쿼녹스 EV를 출시할 예정이다. 메리 바라 GM CEO는 “보다 많은 고객을 전기차로 끌어들이려면 전기차 가격대를 3만달러 선으로 낮춰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쿼녹스EV는 GM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BEV3)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는 모델에 따라 400~480㎞에 이른다. 이 차량은 처음부터 3만달러라는 가격을 목표로 기획됐으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미국이 아닌 멕시코에서 생산된다. GM은 혼다와도 손잡고 프롤로그라는 저가 전기차도 내년 출시할 예정이다. 이 차량은 1회 충전 시 480km 주행이 가능하며, 10분 충전으로 120km의 주행 거리를 확보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기아는 내년부터 소형 전기차를 출시한다. ‘SV’라는 프로젝트명이 붙은 이 차량은 3000만원대에 출시될 예정이며 기아는 EV3라는 이름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기아는 ‘CT 프로젝트’로 이름 붙은 준중형 전기차 EV4도 내년부터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GGM(광주글로벌모터스)을 통해 소형 전기 SUV인 ‘캐스퍼 EV’를 내년부터 생산해 판매한다.
2020년부터 3만달러 전기차 출시를 밝혀 온 테슬라는 ‘모델2′라는 저가 전기차 출시 계획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 1일 테슬라 인베스터 데이에서 “멕시코에 새로운 기가팩토리를 짓고 조립 비용을 절반으로 줄인 차량(모델2)을 이곳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BYD, 니오, 샤오펑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도 가격 할인뿐 아니라 저가 라인업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싸게 만드는 게 기술
완성차 업체들이 소형 전기차에 집중하는 건 최근의 수요 둔화 흐름과 연관돼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전기차 평균 가격은 6만1488달러(8053만원)로 높은 가격이 판매에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중국이 미국, 유럽보다 전기차 보급에 앞선 것도 연간 40만대씩 팔리는 500만원짜리 전기차 상하이GM우링의 ‘홍광 미니’가 효자 역할을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완성차 업체들이 출시를 준비 중인 저가 전기차들은 성능과 가격을 모두 겨냥한 차량이다. 과거엔 1회 충전으로 주행거리가 200㎞ 안팎이었지만, ID.2all이나 이쿼녹스 EV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탑재하고 주행거리는 400㎞를 훌쩍 넘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생산 혁신을 언급한 테슬라처럼 값싸게 만드는 게 기술인 시대”라며 “저가 전기차가 미래 전기차의 핵심 전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변화는 배터리 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가격 인하 압박으로 저렴한 LFP(리튬·철·인산)배터리 사용이 더 많아질 것으로 관측한다. 실제 폴크스바겐의 ID.2all과 테슬라의 모델2에는 LFP 배터리가 탑재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