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IT 대기업 바이두가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니AI와 함께 무인(driverless) 자율주행 로보택시 ‘아폴로’를 수도 베이징에서 운영한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1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무인 택시는 베이징 경제기술개발 특구 지역의 약 60㎢ 안에서 주행을 하게 된다. 60㎢는 서울 송파구(33.9㎢)와 강동구(24.6㎢)를 합친 규모의 면적으로, 주민들은 무인택시를 호출해 이 구역 내 지하철역, 주요 상업지구, 공원, 주거지역 등 어떤 목적지든 갈 수 있게 된다.

미국에서 먼저 상용화된 ‘무인 로보택시’ 서비스가 중국에서도 첫발을 떼면서, 자율주행 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경쟁이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서울 일부 지역에서 안전 요원이 탑승한 자율 주행 차량이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무인 택시’ 운영은 요원한 상태다.

◇불붙은 ‘무인 로보택시’ 경쟁

무인 로보택시를 가장 먼저 상용화한 건 미국 구글의 계열사인 웨이모였다. 웨이모는 2020년부터 미 애리조나주 교외 지역인 피닉스에서 무인 택시를 유료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 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는 좀 더 복잡한 도시인 샌프란시스코 북서부에서 무인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낮 시간대가 아니라 차량이 많지 않은 야간 시간(밤 10시~다음 날 오전 6시)에만 운행한다. 폭우가 쏟아지거나 안개 낀 날 외에는 모두 운행이 가능하다. 샌프란시스코처럼 복잡한 대도시 도로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웨이모도 샌프란시스코 무인 택시 운영에 합류했다.

GM은 운전대와 페달을 없앤 셔틀형 자율주행차 ‘오리진’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18일(현지 시각) GM은 올해 말 텍사스 오스틴에서 무인 셔틀 오리진을 상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GM과 일본 혼다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오리진’은 2020년 1월에 처음 공개됐다. 실내는 기차와 유사하게 서로 마주 보도록 좌석이 배치된 게 특징이다. GM은 전 세계에서 약 300대의 오리진 차량을 시험 운행 중으로 대부분은 샌프란시스코에, 수십 대가 오스틴에서 테스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미국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여러 도시에 시범구역을 구축해 완전 자율주행 서비스를 위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자율주행 플랫폼 ‘아폴로 고’를 운영하는 바이두는 이미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4′ 단계로 4000만㎞ 이상의 거리를 시험 주행해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두는 로보택시 서비스를 현재 10여 개 도시에서 2025년에 65곳, 2030년에 100곳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자율주행은 어디까지 왔나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차가 인수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42dot)이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 일대에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TAP!’을 유료로 운영하고 있다. 다만 탑승자가 목적지를 원하는 대로 정하지는 못하고 14개 정류장 약 6㎞ 구간을 시속 30~50㎞로 순환하는 방식이다.

서울 강남에선 이보다 한 차원 발전된 ‘로보라이드’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테헤란로, 영동대로 등 강남 48.8㎞ 구간에서 ‘아이오닉5′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로보라이드 시범 운행을 하고 있다. 청와대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대형 전기 자율주행버스도 있다. 서울대·에스유엠(SUM) 컨소시엄이 현대차의 일렉시티 차종을 개조해 운행 중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아직 로보 택시는 먼 얘기다. 국내 운행 차량들은 모두 안전요원이 탑승해 코너를 돌 때나 정차할 때 개입을 하고 있다. 또 자율주행 차량은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로 지정된 곳에서만 운행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금까지 서울 상암·청계천·강남과 경기 판교, 대구 등 전국 12개 시·도 16개 지구를 지정했고, 올해 더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법적으로는 시범운행지구 내에서는 완전 무인 운행이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서비스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재 선진국 대비 국내의 자율주행 수준은 2년에서 3년 가까이 뒤처진 상태”라며 “규제 완화와 기술 발전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