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21일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이 스스로 전기차를 찾아가 충전을 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ACR, Automatic Charging Robot)은 전기차 충전기의 케이블을 대신 들어 차량 충전구에 체결해주고 충전이 완료되면 충전기를 제자리에 돌려놓는 외팔형 로봇이다.
지난해 7월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된 영상을 공개한 바 있는데, 이번엔 진짜 실물이 작동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한 것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양산 시점은 미정”이라고 했지만 “머지 않아 고객에게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영상은 전기차 아이오닉 6가 충전 구역에 자율주차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주차가 완료되면 로봇과 차량이 서로 통신해 충전구 덮개를 열고, 로봇은 내부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충전구의 정확한 위치와 각도를 계산한다.
이어 로봇은 충전기를 들어 차량의 충전구에 체결해 충전을 시작한다. 충전이 완료되면 충전기를 뽑아 제자리에 돌려놓고 차량의 충전구 덮개를 닫는 등 모든 충전 과정을 스스로 수행한다.
언뜻 보면 간단해 보이는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은 첨단 로봇기술의 집약체다. 차량의 주차 위치와 충전구의 형태, 날씨, 장애물, 충전 케이블의 무게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특히 로봇이 무거운 충전기를 충전구에 체결하기 위해서는 변수를 빈틈없이 계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로봇에 3D 카메라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전기차 충전기가 야외에 설치돼 있어 날씨도 고려해야 한다. 현대차는 연구소에 옥외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고 다양한 환경에서 평가를 하고 있다. 그 결과 이 로봇은 IP65의 방수·방진 등급을 확보했다. 앞자리 6은 작은 먼지 등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최고 등급, 뒷자리 5는 모든 방향에서 노즐로 분사되는 물을 막을 수 있는 수준이다. 고온·저온의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구동된다.
이 밖에 현대차그룹은 레이저 센서가 내장된 안전 폴대를 로봇 주변에 설치, 장애물이 접근하는 것을 감지할 수 있도록 해 혹시 모를 안전사고도 방지했다.
전기차 충전 로봇은 향후 자율주차 관제 시스템이나 이동형 레일과 결합하면 주차된 여러 대의 전기차를 순차적으로 충전할 수 있어 편리하다. 특히 충전 속도가 빠른 초고속 충전기일수록 충전 케이블은 두껍고 무거워지고, 야간에는 충전구의 위치와 각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는데 충전 로봇은 이런 불편을 덜어준다.
충전 로봇은 아직 전세계에 상용화된 사례를 찾기 힘들다. 로봇이 차량에 부딪혀 상처라도 내면 수리비를 배상해야하는데다, 로봇 제작 비용이 아직 인건비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특정 구역에서 시범 사업을 통해 기술을 고도화한 뒤, 로봇 충전 가능 구역을 점차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