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지로버 스포츠/랜드로버

◇ [타봤습니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지난해 12월 국내에 출시된 레인지로버 스포츠 모델을 타봤다. 대형인 레인지로버보다 전장을 짧게 해 역동성을 강화한 차량이다. 시승차는 가솔린(P360) 오토바이오그래피 트림으로, 가격은 1억5807만원이다.

차량을 보자마자 레인지로버 특유의 유려한 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보닛과 차체를 나누는 선을 그대로 쭉 이어 차량 한 바퀴를 둘러 일체감을 향상시켰고, 측면에선 차량 도어와 유리 사이 몰딩을 제거해 굴곡 없는 디자인을 완성했다. ‘사막의 롤스로이스’란 별명 다운 외형이다.

랜드로버는 정통 SUV 브랜드다. BMW, 벤츠, 포르셰 등 자동차의 본고장 독일 업체들도 SUV를 만들지만 이들의 본류는 세단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 업체의 SUV는 시트 포지션이 낮고, 서스펜션 조정도 다소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에 반해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주행 성능과 승차감을 모두 잡은 SUV의 교과서다. 3.0L I6 가솔린 엔진에 48V 마일드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돼 최고 출력 360마력, 최대 토크 51㎏·m의 성능을 낸다. 실제 주행에서도 묵직한 주행감과 부드러운 가속감이 인상적이었다. 노면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불필요한 차체 움직임을 줄여주는 ‘어댑티브 다이내믹스2′ 기술이 적용된 덕에 이전 세대 모델보다 주행 안전성이 높아진 느낌이었다.

시속 100㎞ 이상 속력에서 급격하게 차선을 변경할 때도 특유의 묵직한 주행감 덕에 속도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급감속을 하거나 속력을 낸 상태에서 방지턱을 넘어도 불편함이 작았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도 뛰어나 속도를 높여도 풍절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 수준이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내부./조선DB

이 차량은 주행뿐 아니라 승객 편의를 위해 에어 서스펜션을 곳곳에 활용한다. 문을 열면 탑승객을 위해 차량 높이가 자동으로 낮아진다. 문 옆에 달린 버튼을 통해 수동 조작도 가능하다. 오프로드 주행을 위해 도강 모드 등도 사용할 수 있는데 서스펜션이 올라가면서 차체가 높아져 900㎜ 하천까지 건널 수 있다.

내부 편의 사양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공조계는 다이얼 버튼식이라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다. 운전자가 오른쪽 팔을 콘솔 박스에 기댄 채 조작하기 적절한 높이에 자리해 있다. 센터 콘솔에 미니 냉장고가 탑재 돼 있는 것도 편리했다.

서라운드 뷰의 시인성도 뛰어나 큰 덩치에도 손쉬운 주차가 가능하다.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열선과 통풍 시트는 만족할 만 했지만, 마사지 기능은 손이 갈 것 같지 않은 세기였다. 티맵이 기본 탑재돼 있지만 연결 속도가 느려 목적지를 입력할 때 답답함이 느껴지는 것도 흠이었다. 트렁크 용량은 835L로, 2열 시트를 접을 경우 1860L까지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