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가 올 1분기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점유율 90%(국산차 판매 기준)를 돌파했다.
5일 현대차·기아와 한국지엠,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 등 국산 완성차 업체 5사의 발표를 종합한 결과, 올 1~3월 국내 시장에서 판매된 전체 국산 차량 36만6689대 중 현대차·기아는 33만3063대로 90.8%를 차지했다. 하지만 현대차나 기아 안팎에서 이 기록을 의식하거나 기뻐하는 분위기는 없다고 한다. 현대차나 기아의 선전보다는 나머지 3사의 부진으로 점유율이 높아진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한국지엠이나 르노코리아는 수년간 적자로 긴축 경영에 들어간 상태인 데다, 해외 본사로부터 인기 신차 생산 물량을 받지 못하고 있다. KG모빌리티는 지난해 7월 출시한 신차 ‘토레스’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2021~2022년 쌍용차 시절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나온 후유증에서 완전히 극복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이들 3사가 현대차·기아와 달리 차량 반도체 부족 현상에 대한 대응이 늦었던 것도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현대차·기아 점유율은 2016년 75%에서 지난해 말 88%로 계속 증가해왔다.
현재 국내에서 현대차·기아의 유일한 적수는 수입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내부에선 나머지 국산 완성차 3사와의 비교보다 최근 제네시스 브랜드와 친환경차 등이 수입차와 경쟁에서 선전 중이란 점에 더 고무돼 있다”고 했다. 수입차협회가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시장에서 판매된 수입차는 총 6만1684대다. 국산 5사와 수입차를 모두 합친 전체 내수 판매에서 1분기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은 78%로, 2019년(71%)과 지난해(74%)보다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