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6년 현대자동차가 울산 공장에서 생산한 ‘엑셀’이 처음으로 미국에 수출된 이후, 40년 가까이 자동차는 한국 대표 수출 품목이었다. 현대차 아반떼(엘란트라)와 쏘나타는 미국 시장에서만 작년 말까지 300만대 이상 팔렸고, SUV 싼타페도 190만대 이상 판매됐다. 이 세 차종을 포함한 1500cc 초과~3000cc 이하 가솔린 중형 세단·SUV는 자동차 수출 분야에서 꾸준히 무역 흑자를 내는 효자 품목이었다.

하지만 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이 집계하는 무역수지 통계에 따르면,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친환경차가 올해 1~2월 무역 흑자 규모에서 중형 가솔린차를 처음으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1500cc 초과~3000cc 이하의 중형 가솔린차의 흑자 규모는 1~2월 22억8800만달러(약 3조178억원)였다.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 기아 전기차 ‘니로’ 등 우리나라가 친환경차를 수출하고 해외 전기차를 수입해 생긴 무역 흑자는 총 25억9100만달러로 중형 가솔린차를 넘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로 재편되는 추세가 우리 무역 구조에도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017년만 해도 중형 가솔린차에서 생긴 무역 흑자는 156억800만달러로 친환경차(28억2100만달러)의 5.5배 규모였다. 지난해 중형차 흑자는 약 131억달러로 줄어든 반면, 친환경차는 약 95억달러로 5년 만에 3배 이상이 됐다.

친환경차 수출은 2017년 36억140만달러에서 작년 160억8200만달러로 가파르게 늘어, 같은 기간 191억3300만달러에서 174억9200만달러로 줄어든 가솔린 중형차 수출액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2017년 전체 수출(약183만대)의 10% 정도가 친환경차였는데 작년에는 이 비율이 27%로 커졌다. 현대차, 기아의 수출차 4대 중 1대가 친환경차인 것이다. 친환경차는 배터리 등 전자 부품 비중이 높아 같은 크기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해 단가가 높아 수출액이 가파르게 늘어난 원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