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가 올해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3조5927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다. 시장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9.5%에 이른다. 반도체 부진 여파로 1분기 영업이익이 6000억원대에 그친 삼성전자를 제치고 국내 상장사 가운데 영업이익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25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매출 37조7787억원으로 역대 1분기 중 최대치라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4.7% 증가했다. 역대 분기 기준 최대치인 작년 4분기(38조5236억원)에 조금 못 미쳤다.

현대차 실적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이익이 가파르게 늘어난 점이다. 영업이익 3조59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3%가 증가했다. 1분기 매달 1조2000억원 안팎의 이익을 남긴 셈이다. 특히 매출 대비 영업이익을 뜻하는 영업이익률이 9.5%로 지난 2014년 2분기(9.2%) 기록을 경신한 역대 최고치다.

또 현대차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예상치(매출 36조9000억, 영업이익 2조9000억)를 크게 뛰어넘기도 했다. 작년 1분기 달러당 1205원이었던 환율이 올 1분기 1275.6원까지 5.9% 상승한 것도 어닝 서프라이즈의 배경이 됐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이번 실적이 현대차가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걸 방증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과거 아반떼와 같은 ‘작은 차만 많이 파는 회사’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싸지만 품질이 좋다는 가성비 좋은 차라는 인식이 컸다. 실제 2015년의 경우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801만대를 판매했지만 당시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률은 6.9% 수준이었다. 2018년 그룹 전체에서 740만대를 팔았을 때는 현대차 영업이익이 2.5%까지 떨어진 적도 있다.

하지만 정의선 회장 취임 전후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에서 가성비 좋은 중·소형차를 많이 파는 회사에서 수익성 좋은 고급 차량을 파는 회사가 됐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올 1분기 판매량이 38만2354대로 전년 대비 판매가 18.5% 늘었다. SUV가 판매비중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미국 판매 17.5% 늘면서 수익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2월 유럽에선 1.1% 증가한 16만2835대를 판매했는데 이 중 약 1만대가 한국에서 수출한 고단가 전기차(아이오닉5·아이오닉6·EV6)였다.

증권가에서는 내일(26일) 발표하는 기아 실적까지 합하면 현대차·기아 이익 전체 규모가 1분기 5조원을 돌파하면서, 도요타(회계연도 2023년4분기) 예상 영업이익 5093억9900만엔(약 5조695억원), 폴크스바겐 예상 영업이익 50억7200만유로(7조5000억원) 등을 뛰어넘거나 바짝 추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업이익률 측면에서도 작년 10% 안팎을 기록한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그룹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한편 현대차는 이날 새 배당 정책을 발표했다. 배당 기준을 기존 잉여현금흐름(FCF, Free Cash Flow)에서 연결 지배주주 순이익으로 바꿨다. 또 배당 성향은 연간 연결 지배주주 순이익 기준 25% 이상으로 설정했다.

배당 주기도 기존 연 2회(반기)에서 연 4차례(분기)로 늘리기로 했다. 향후 3년에 걸쳐 보유 중인 자사주를 매년 1%씩 소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