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앞으로 10년간 인도에 2000억루피(약 3조24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등 미래차 생산 능력을 확대해 간다. 미래차 분야에 선제 투자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인도에서 주도권을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기아는 약 20% 시장점유율로 외국 업체 중엔 1위이고, 현지 업체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전체 2위다.
현대차는 11일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州) 정부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이 같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1998년 타밀나두주 첸나이에 공장을 세웠고, 현재 연 75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는 첸나이 공장에 약 10만대 생산 규모의 설비를 증설할 방침이다. 약 35만대를 만드는 기아 아난타푸르 공장과 합하면 총 120만대 안팎의 생산력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현대차는 인도 내연기관차 생산 라인을 전기차 라인으로 점차 바꾸고, 1년에 전기차 배터리팩을 17만8000개 조립할 수 있는 생산 설비를 새로 만든다. 인도 시장만을 위한 현지 전략형 친환경차 개발도 검토한다.
현재 인도 내수 시장에서 전기차 비율은 1%도 안 된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이 비율을 30%로 높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는 타밀나두주 고속도로에 앞으로 5년간 전기차 충전소 약 100곳을 설치하기로 했다.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전기차 인프라가 많지 않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수년간 부진을 겪는 중국, 전쟁으로 철수를 검토하는 러시아 대신 인도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투자에 나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인도 승용차 판매량은 2018년 337만대에서 작년 382만대로 4년 새 13% 늘었다. 특히 시장 규모는 지난해 일본(345만대)을 제치고 세계 3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