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 시각) 미국의 완성차 업체 GM(제너럴모터스)은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전담하는 ‘엔드투엔드 소프트웨어(end-to-end SW) 부문’을 신설했다. 그런데 이 조직을 맡기기 위해 영입한 인사의 이력이 자동차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이 부문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된 마이크 애벗(Abbott)은 바로 직전까지 스마트폰 제조사 애플에서 클라우드(가상서버) 서비스, 화상 통화 앱 개발·관리 책임자였다. 이전에도 트위터와 MS(마이크로소프트)에서 앱 개발자로 일했다. 미 CNBC는 “소프트웨어가 완성차의 핵심 사업 영역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인사”라고 평가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소프트웨어 인재 영입과 소프트웨어 중심 조직 개편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단순히 자동차 성능을 높이는 차원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해주는 방식으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기존 내연 기관차의 경우 ‘연식 변경’으로 성능을 개선하며 차를 팔았지만, 미래차 시대에는 ‘유료 구독 서비스’처럼 돈을 받고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주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게 중요해 졌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의 ‘소프트웨어 전쟁’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소프트웨어 조직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올해 초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가 중심인 자동차’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뒤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조직 개편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기존 자율주행·소프트웨어 기능을 총괄하는 ‘타스(TaaS)본부’의 명칭을 ‘SDV본부’로 변경했다. SDV(Software Defined Vehicle)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라는 뜻으로 자동차를 ‘바퀴 달린 컴퓨터’처럼 만들겠다는 의미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자체 운영체제인 ‘MB.OS’를 2025년에 정식 탑재하는 것을 목표로 이를 총괄하는 최고소프트웨어책임자(CSO·Chief Software Officer)를 따로 만들었다. 이 조직을 책임지는 마그누스 외스트버그는 기술컨설팅 회사인 미국 델파이의 차량 소프트웨어 기술 총책임자 출신으로, 벤츠에 합류한 후 자체 운영체제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차량용 소프트웨어 자회사 ‘카리아드(CARIAD)’를 2년 전 설립했다. 2025년까지 소프트웨어 인력 1만명을 충원해 그룹의 차량용 OS ‘VW OS’ 및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로 ‘구독 서비스’ 선보여

완성차 업체들이 소프트웨어 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서다. 넷플릭스가 월 단위 요금을 받고 방송 콘텐츠를 서비스하듯이, 고객에게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받고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자체 개발한 ‘ccOS(커넥티드 카 운영체제)’를 앞세워 운전자가 직접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능을 선택·구매할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를 최근 내놨다. 기아의 대형 SUV인 EV9을 공개하면서 고객의 필요에 따라 소프트웨어 기능을 선택해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최초로 탑재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스스로 직각·평행·사선 주차를 하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면 매달 1만2000원을 내는 식이다.

BMW는 자체 운영체제인 ‘OS 8′를 토대로 2025년부터 ‘지역 맞춤식 앱’을 탑재한 새로운 차량을 내놓기로 했다. ‘OS8′에는 안전이나 엔터테인먼트 관련 서비스를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이 탑재된다.

GM도 자체 운영 체제인 ‘얼티파이(Ultifi)’의 기능을 강화해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GM은 “차량 내 구독 서비스를 넷플릭스 같은 규모로 확장해 2030년에는 연 250억달러(약 29조4500억원)의 수익을 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