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전기차 바람이 부는 가운데 최근 국내 대형 SUV 시장에서 친환경차 경쟁이 뜨겁다. 친환경 대형 SUV는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넓은 공간을 갖춘 육중한 차체를 달리게 하는 강력한 성능은 기본이고, 높은 연료 효율과 정숙성도 갖춰야 해서다.

BMW는 지난 3월 국내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대형 SUV ‘XM’을 내놓고 이 분야의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BMW는 고성능 차에만 별도의 브랜드 ‘M’을 붙이는데, 신형 XM은 BMW가 지난 1978년 내놓은 스포츠 쿠페 ‘M1′ 이후 45년 만에 선보인 M 브랜드 전용 모델이다. 특히 M 브랜드 내에서도 성능이 우수한 상위 모델만 포함하는 ‘M 하이 퍼포먼스 라인업’ 가운데 첫 친환경차다. 그만큼 고성능 친환경 SUV를 원하는 소비자를 정밀하게 공략하겠다는 뜻이다.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친환경 대형 전기 SUV 경쟁이 치열하다. 자동차 회사들은 넓은 실내 공간과 강력한 성능을 갖춘 데다 연료 효율도 좋다며 친환경차 기술력을 뽐내고 있다. 위쪽이 BMW의 XM, 가운데가 기아 EV9, 아래쪽 아래가 벤츠의 EQS다. /BMW·기아·메르세데스 벤츠 제공

XM은 최고 489마력을 내는 8기통 가솔린 엔진과 최고 197마력짜리 전기모터가 달렸다. 주행 상황 등에 따라 엔진과 모터가 조화를 이루며 최고 653마력의 출력을 낸다. 차 무게가 무려 2.7t에 달하지만 멈춘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4.3초에 불과하다.

한 번 충전했을 때 전기로만 62km를 달릴 수 있고 충전 시간은 완속 기준 4시간 20분이다. 복합 연비는 1L당 10km다. BMW는 “국내 판매 중인 동급 초고성능 SUV 중 연료 효율이 가장 높은 편”이라며 “일상에서는 높은 정숙성을 발휘하는 전기차처럼 타다가, 본격적으로 달릴 때는 수퍼카에 버금가는 폭발적인 주행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또 차선 유지 보조 기능과 정차 시 자동으로 시동이 꺼지는 ‘스톱 앤 고’ 기능, 일정 속도로 달리면서 앞서 가는 차량과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기본 탑재됐다. 차량 주변 360도를 한 화면에서 보여주는 서라운드 뷰와 후진 보조 기능이 포함된 ‘파킹 어시스턴트 플러스’, 운전이 미숙한 운전자들이 길을 잘못 들었을 때 최대 50m까지 차가 스스로 움직여 왔던 길을 후진으로 되돌아 가는 기능도 포함됐다. BMW는 XM이 메르세데스 벤츠의 ‘G63 AMG’, 벤틀리 ‘벤테이가’, 포르셰 ‘카이엔 쿠페’ 등과 직접 경쟁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XM 가격은 2억2190만원이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최근 국내에서 친환경차 중심으로 속속 대형 SUV 라인업을 확충하고 있다. 기아가 지난 3일부터 국산 대형 SUV인 EV9의 사전 예약(시작 가격 7337만원)을 시작했다. 이 차량은 현대차그룹이 내놓는 첫 대형 전기 SUV다. 한 번 충전으로 501㎞를 달릴 수 있다. 2열 좌석은 180도 회전시켜 3열과 마주 보게 만들 수 있어 공간 활용도도 높다.

메르세데스 벤츠도 지난 1월 대형 전기차인 EQS SUV를 출시했다. 벤츠 전기차 브랜드 EQ의 최고급 SUV로, 사륜구동이며 한 번 충전하면 450㎞ 안팎까지 주행할 수 있다. 가격은 1억5270만원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