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회장 시절이던 지난 1974년 현대차가 이탈리아에서 열린 토리노 모터쇼에 소형차 ‘포니’와 함께 출품한 콘셉트카 ‘포니 쿠페’가 49년 만에 복원됐다. 콘셉트카는 미래 개발 방향을 담아 시험적으로 만드는 차를 가리키며, 승용차를 모양에 따라 분류한 형식의 하나인 쿠페는 2인승에 천장 높이가 뒷자리로 갈수록 낮은 자동차를 말한다.
현대차는 18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북부 휴양지 레이크 코모(Lake Como)에서 전·현직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복원된 포니 쿠페를 공개하는 ‘현대 리유니언(Reunion)’ 행사를 열었다고 밝혔다. 리유니언이란 단어에는 재회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룹에서 포니 쿠페는 비운의 모델이었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현대차는 다른 회사가 개발한 차를 조립해 팔기만 했다. 처음으로 독자적으로 개발한 차가 포니와 포니 쿠페였다. 포니는 1976년 1월 출시돼 국민차 명성을 얻었지만, 포니 쿠페는 1979년 2차 석유 파동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닥치는 바람에 대량생산 계획이 취소됐다. 설상가상으로 만들어뒀던 콘셉트카는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보관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분실돼 종적을 알 수 없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금의 현대차그룹을 만든 과거를 기념하고 되새겨야 한다는 정의선 회장 뜻에 포니 쿠페는 되살아나게 됐다. 현대차는 이 차를 디자인했던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자로(85)씨를 다시 찾아가 복원을 맡겼다. 창고에 깊숙이 보관돼 있던 설계도와 차 사진 등도 찾아서 확보했다.
주자로씨는 포니와 포니 쿠페 외에도 프레스토, 쏘나타 1, 2도 디자인했다. 1981년에 영화 ‘백 투 더 퓨처’에 등장하는 타임머신 자동차 ‘드로리안’도 그의 작품인데, 포니 쿠페 디자인을 하며 받은 영감을 이때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구 회장과 동갑인 그는 대를 이어 자동차 디자인을 하는 자신의 아들과 함께 복원 작업을 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현대차그룹이 과거 힘들게 노력했던 것들을 알아가면서 미래를 생각해야 앞으로의 방향성도 잡을 수 있다고 봤다”면서 “정주영 선대 회장님, 정세영 회장님, 정몽구 명예회장님, 그리고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지금의 현대차그룹이 있듯 과거의 좋은 기억들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 새롭게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복원한 포니 쿠페는 당장 양산 계획은 없다. 다만 정 회장은 “고객들이 많이 좋아하신다면 양산을 못 할 것도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