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중국 시장은 장애물이 많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아서다. 작년 중국의 신차 판매량은 2686만대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작년 세계 자동차 판매량(약 8000만대)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게다가 글로벌 자동차 회사를 쫓는 중국 기업들의 추격이 거센 시장이기도 하다. 중국 내수에서 중국 기업들 비율은 지난해 처음으로 50%에 도달했다. 최근 궈차오(애국소비) 열풍까지 불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에다 애국심을 호소하는 중국 소비자를 등에 업고 있는 셈이다. 그 여파로 중국에서 가성비에 주력해 온 현대차의 입지도 좁아졌다.
특히 중국에서는 ‘차세대 자동차’의 상징인 전기차 바람까지 불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팔린 자동차 4대 중 1대(26%)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중국 내 전기차 판매 대수는 약 690만대에 이른다. 내연기관 경쟁 대신 바로 전기차 개발에 뛰어든 중국 토종 기업이 많고, 기술 수준도 높아졌다. 소비자들의 호응도 높아 전기차 판매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런 만큼 전문가들은 앞으로 저가 경쟁이 아닌 고급화와 전기차로 승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산업연구원 조철 선임연구위원은 “고급화 전략으로 로컬 브랜드와 차별화가 돼야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중국에서 전기차 ‘EV5′와 ‘EV6′를 잇따라 출시하고 내년에 대형 SUV인 EV9도 추가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고성능차에만 붙이는 N브랜드 자동차를 잇따라 출시해 차별화할 계획이다. N브랜드 최초의 전동화 모델 ‘아이오닉 5 N’도 내년 중국 시장에 출시한다.
중국 내에서 앞으로 계속될 수 있는 정치적, 제도적 압박 등 보이지 않는 난관을 넘어서는 것도 관건이다. 이재민 무역위원장(서울대 로스쿨 교수)은 “중국 시장에 대한 지정학적 리스크나 비시장적 관행이 우려되기는 한다”면서도 “지금 우리나라가 약진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시장이 급성장하는 만큼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