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중국 허베이성 창저우시의 현대자동차 4공장 주차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이벌찬 특파원

29일 오전 중국 허베이성 창저우시의 현대자동차 4공장. 월요일인데도 1200여 대를 댈 수 있는 공장 앞 주차장엔 약 200대만 세워져 있었다. 정문의 보안 요원은 “오늘은 그나마 출근한 직원이 많은 편”이라면서 “공장은 일주일에 1~2번 돌릴 정도”라고 했다. 이 공장에서 약 2㎞쯤 떨어진 한 자동차 부품 회사 또한 한산했다. 회사 직원은 “한때 창저우 공장과 협력사에서 약 2만명이 일했는데, 대부분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했다.

창저우 공장은 현대차그룹에 ‘중국몽’의 상징 같은 곳이다. 연산 30만대로 2016년 준공한 이 공장은 같은 규모로 2017년 준공한 충칭 공장과 더불어 ‘세계 최대시장 중국을 잡겠다’는 꿈을 안고 각각 1조원을 투자한 핵심 포석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2016년 7월 결정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국내 배치에 대해 중국이 반발하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2017년부터 경제 보복이 본격화하는 등 이른바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으로 판매가 급감한 것이다. 중국 시장 진출 초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차로 인기를 끌었는데, 단기간 공장을 많이 늘리면서 설비 과잉으로 비용이 증가해 가격 경쟁력도 나빠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대차그룹의 중국 공장은 총 8곳 있었다. 현대차는 베이징·충칭·창저우에 5곳, 기아는 옌청에 승용차 공장이 3곳 있었다. 하지만 현대차는 2021년 베이징 1공장을 현지 기업에 매각했고, 기아도 같은 해 옌청 1공장을 현지 기업에 임대해 6곳만 남았다. 그나마 남은 곳도 정상은 아니다. 충칭 공장은 지난해 가동을 잠정 중단했고, 창저우 공장도 가동률을 대폭 낮췄다. 증권가 등에서는 충칭·창저우 공장을 매각할 거란 전망이 많다. 중국으로 진출한 국내 협력사 140여 곳의 사정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