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요? 아버지 때부터 타기 시작해 아들한테도 물려주고 싶은 차입니다”
1985년식 포니를 12년째 운행하고 있는 김상국 ‘포니타는 사람들’ 회장은 벅찬 목소리로 얘기했다. 현대차는 오는 9일부터 서울 강남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일반 관람객을 상대로 한 ‘포니의 시간’ 행사를 갖는다. 이곳엔 포니와 포니 픽업, 포니 웨건, 지난달 이탈리아에서 공개한 포니 쿠페 등이 전시된다. 현대차의 포니 헤리티지 프로젝트는 1990년 포니가 단종된 지 33년 만에 시작된 행사다.
김씨를 비롯해 1500여명이 가입해 있는 포니 동호회 회원들은 현대차 구성원들만큼이나 이번 행사를 기다려왔다. 회원 이모씨는 “40여년 이상 차량이 작동한 다는 건 포니의 기술력과 내구성이 검증됐다는 뜻”이라며 “이번을 계기로 포니의 우수성이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포니 고치려 3D프린터로 직접 부품 제작도
현대차에게 포니 개발은 말 그대로 무모한 도전이었다. 1967년 설립 이후 현대차는 영국 포드의 코티나 2세대 모델을 들여와 조립 생산을 했을 뿐, 부품 하나 설계해 본 적이 없는 회사였다.
그러나 개발 당시부터 한국인의 체격과 도로 사정을 염두에 둔 탓에, 출시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포니가 출시된 1976년 국내 승용차 판매 대수는 2만4618대였는데, 포니는 그해 1만726대를 판매하며 점유율 44%를 차지했다. 이후 포니2가 출시된 1982년에는 포니의 점유율이 67%에 이르렀다.
김 회장은 “아버님이 포니를 타고 택시 운전을 했다”며 “어릴적 포니를 탔던 즐거움이 남아 지금까지 포니를 운행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1985년 10월에 생산된 포니2CX 운행 중이다. 1000만원대에 구입했지만, 부품 교체에만 1000만원이 더 들었다고 한다.
오래된 차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 부품을 구하기 위해 오래된 부품 가게나 폐차장을 찾거나, 온라인을 통해 해외 사이트를 뒤지는 일도 허다하다. 김 회장은 “구하기 힘든 부품은 직접 제작사를 수소문하거나 3D 프린팅을 통해 만들기도 한다”며 “휠 캡 4개를 제작하느라 100만원 가량이 들었다”고 했다.
◇대한민국 1호 독자 개발 모델 차량 자부심
김 회장을 비롯한 동호회 회원들이 포니를 고집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그는 “대한민국 1호 독자 개발 모델 차량을 탄다는 자부심이 크고, 성능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동호회 회원들은 매해 포니를 타고 지방을 돌아다니며 수백 ㎞를 운행하는 행사를 갖고 있다. 지난달에도 용인에서 포니 운행 행사를 가졌다.
현재 국내 등록돼 있는 포니는 8083대다. 이중 실제 운행하는 건 1000여대 미만 일 것이라는 게 현대차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시세는 관리가 잘 돼 있는 운행 가능한 차량은 8000만~1억원 가량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폐차 수준인 경우에도 수백만원에 거래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