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옥션강남에서 열린 도요타의 ‘크라운’ 신차 발표회장. 크라운은 일본에서 69년째 출시되며, ‘사장님 차’로 불리는 세단의 대표 격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공개된 크라운은 기존에 알던 세단과는 달랐다. 세단보다 전고(차량의 높이)가 높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처럼 넓은 트렁크 내부 공간을 갖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후면 디자인은SUV보다 날렵해 마치 세단 같았다. 크라운이 세단과 SUV의 장점을 합친 ‘크로스오버(CUV)’ 모델로 재탄생한 것이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현대차가 그랜저의 신형 모델을 크로스오버로 개발한 셈”이라며 “세단의 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기존 세단에서 벗어나 SUV의 장점을 더한 CUV로 출시했다”고 했다.

◇속속 등장하는 CUV 모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CUV를 신차로 속속 내놓고 있다. 한국GM은 지난 3월 쉐보레 신형 트랙스를 내놓으면서 소형 SUV였던 기존 트랙스와는 완전히 다른 모델로 탈바꿈시켰다. 이름은 같지만 완전히 다른 CUV 모델로 출시한 것이다. 신형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SUV보다 차체가 낮은 CUV 형태인 대신 준중형급 전장과 전폭을 갖고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GM은 지난달 국내에서 지난해 같은 달보다 71.9% 증가한 4758대를 판매했는데, 이 중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3396대를 판매하며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쉐보레가 지난 3월 출시한 ‘트랙스 크로스오버’(위)와 도요타가 지난 5일 출시한 크라운 차량. 두 차량 모두 세단과 SUV의 장점을 합친 ‘크로스오버’ 모델이다. /한국GM·한국토요타

지난달 스텔란티스 산하 푸조가 국내에 공개한 ‘뉴 408′도 CUV다. 푸조 뉴 408은 국내 출시 이후 사전계약 500대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푸조는 뉴 408을 현지보다 1000만원가량 저렴한 4000만원대 초반에 국내에 출시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도 작년 파리 모터쇼에서 첫 공개 이후 1만6000대 넘게 계약될 정도로 주목받고 있는 차량이다. 푸조의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는 마티아스 호산 푸조 디렉터는 “크로스오버 스타일은 푸조에서 여태껏 선보인 적 없던 세단과 SUV의 결합”이라면서 “역동적인 한국의 젊은 소비자들에게 CUV가 새로운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줄어드는 세단 시장 놓고 SUV와 각축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는 세단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세단의 신규 등록은 3.6% 감소했다. 특히 중형 세단은 6.8% 줄었고, 대형 세단은 15.9%나 줄었다. 차 업계에서는 그 빈자리를 SUV뿐만 아니라 CUV가 채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CUV는 국내에서는 다소 낯선 차 형태로 ‘세단도 SUV도 아닌 차’로 취급돼 왔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 캠핑, 골프 등 라이프 스타일이 유행으로 자리 잡으면서 레저용 차량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완성차 업체들이 앞장서 CUV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SUV는 주행감보다는 비포장 도로나 험로 주행에 최적화되도록 설계돼 있다. 반면 CUV는 세단의 고급스러움과 함께 비교적 야외 나들이에 적합한 기능을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CUV는 도심 출퇴근용으로는 중·대형 SUV가 부담스러운 이들에게도 매력적”이라며 “적당한 크기로 주중엔 세단처럼 출퇴근을, 주말에는 SUV처럼 레저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CUV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Crossover Utility Vehicle)’의 약자. 세단·SUV 같은 전통적인 자동차 분류의 경계를 넘어 여러 특성을 결합했다는 뜻에서 ‘크로스오버’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세단 또는 SUV처럼 정형화된 모양이 따로 없고 회사마다 크로스오버로 내놓는 차량의 모양이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전고(자동차 높이)가 세단보다는 높고 SUV보다는 낮은 중간 형태를 띤다. 세단과 비교해 실내 공간이 넓어 실용적인 반면, SUV보다 차체가 가볍고 주행감이 좋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