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국내에서 수입차는 연간 10만대 판매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2015년에는 20만대 벽을 허물더니 작년에는 28만대를 기록했고, 이젠 30만대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수입차가 이처럼 빠르게 국내시장에서 몸집을 불릴 수 있었던 것은 현대차·기아 등 국산 완성차가 오랫동안 장악했던 국내 자동차 시장에 다양성과 새로움을 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수입차 시장에선 “어차피 판매 1등은 벤츠 아니면 BMW”라는 말이 곳곳에서 들린다. 두 브랜드 합쳐 점유율이 50% 안팎이라 과거 국산차 시장의 현대차·기아를 보는 것 같다는 반응도 있다. 거기다 그 뒤를 쫓는 것도 아우디·포르셰 등 독일 브랜드들이다.
하지만 올해는 최근 몇 년 새 소비자 눈길을 크게 끌지 못했던 수입차들이 새로운 차종을 대거 선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독일차 일색인 수입차 시장에서 올해 ‘언더도그(underdog·이길 가능성이 작은 약자)’의 반란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상반기 신차를 잇따라 선보이며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일본 브랜드다. 렉서스는 올해 1~5월 판매량이 5117대로, 수입차 판매 5위다. 5월 모델별 판매량 2위를 기록한 하이브리드 차 ES300h가 꾸준히 팔리고 있다. 또 오는 21일 렉서스는 최초 전기차 전용 모델인 RZ와 7년 만에 완전히 변경된 RX 5세대 모델을 공개한다. RZ는 렉서스의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 e-TNGA를 적용한 차량이고, 준대형 SUV RX는 렉서스 판매량을 이끌어 온 대표 모델이다.
도요타는 51년 만에 국내시장에 다시 선을 보인 ‘크라운’이 상반기 대표 신차다. 지난 5일 선보인 이 차는 1955년 출시된 도요타 최초의 양산형 승용차로 국내에서도 ‘원조 사장님 차’로 불렸다. 또 올해 하반기부터 대형 고급 미니밴 알파드, 준대형 SUV 하이랜더 하이브리드차를 각각 출시한다. 브랜드 대표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인 프리우스의 풀체인지(완전 변경)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도 예고돼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연합군’으로 불리는 스텔란티스그룹도 국내시장에서 올해 반등을 노린다. 스텔란티스 산하 프랑스 브랜드 푸조는 국내시장에 CUV(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자동차) ‘뉴 푸조 408′을 내놓고,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도 재단장하고 있다. 또 스텔란티스는 최근 산하의 미국 SUV 브랜드 지프의 제품 가격을 낮춰 국내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8550만원이던 그랜드 체로키 리미티드를7690만원으로 인하했다.
미국 포드도 올해 안에 대표 스포츠카 7세대 ‘머스탱’과 링컨 노틸러스 등의 완전 변경 모델을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머스탱은 1964년 선보인 1세대 머스탱과 닮은 외관으로 출시 전부터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제다.
스웨덴 브랜드 볼보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4~5월 잇따라 수입차 월간 판매량 3위에 오르면서 독일 3사 구도를 깼다. SUV 시장이 커지면서 ‘안전한 패밀리카’ 이미지를 앞세운 볼보 판매량도 함께 늘어난 게 상승세의 원동력이다. 실제 XC40, XC60, XC90 등 SUV 라인업이 올해 1~5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6% 늘며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 다만 올해 신차가 없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