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NACS 방식의 충전 규격을 사용하지만 GM·포드·현대차그룹 등은 CCS 방식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최근 GM과 포드가 NACS 진영에 합류하며 테슬라 방식이 표준 규격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은 서울의 한 주차장에서 테슬라 차량이 충전하는 모습. /안상현 기자

13일(현지 시각)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주가는 거래일 기준 13일 연속 오르며 2010년 6월 나스닥 상장 이후 가장 긴 랠리를 이어갔다. 종가 기준 지난달 24일 주당 182.9달러였던 주가는 이날 258.71달러로 41% 올랐다.

역대급 주가 상승세는 지난달 25일 미국 포드가 앞으로 자사 신차에 적용할 전기차 충전 규격을 테슬라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한 뒤 시작됐다. 지난 8일에는 미국 자동차 업체 GM도 ‘테슬라 표준’에 동참한다고 발표해 주가 상승에 불을 붙였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GM·포드의 점유율이 74%에 달하는 만큼 사실상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 규격이 ‘표준’이 된 셈이다.

지난 12일에는 일본 도요타가 테슬라의 자동차 생산 방식인 ‘기가 캐스팅’을 조만간 도입하겠다고도 발표했다. 독일 폴크스바겐과 현대차그룹 역시 이 방식을 연구 중이다. 지난해 세계 판매량 1~3위 자동차 기업들이 수십 년 넘게 이어온 차 생산 방식 대신 테슬라 방식을 도입하면 어떨지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2003년 창업한 테슬라는 10년 넘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적잖은 무시를 당해왔다. 반짝 인기를 얻는 제품을 만들 순 있어도 안정적으로 매년 수백만대를 만드는 기존 기업들을 능가할 순 없을 거란 얘기였다. 하지만 상황이 완전히 바뀌고 있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이제 테슬라가 충전 규격 외에 자동차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OTA), 자율주행 기초인 주행보조장치(FSD), 배터리 효율화 등도 앞서 나가면서, 100년 안팎의 도요타·GM·포드 등이 그 뒤를 따르는 게 업계 공식처럼 되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이지원
그래픽=이지원

◇전기차도, 충전 규격도 테슬라로 통한다

각국의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 주도권을 잡으러 경쟁을 벌이는 탓에 현재 이들이 사용하는 전기차 충전 규격도 제각각이다. 차에 장착된 충전구 모양이 다르고 충전기에 적용된 기술도 상이하다. 삼성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의 스마트폰 충전선 모양이 다른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미국에선 전기차 선도 기업인 테슬라는 NACS(북미충전표준·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 후발주자인 GM·포드·현대차·기아·폴크스바겐 등은 CCS(합동충전시스템·Combined Charging system)란 규격을 써왔다. 그래서 수백 달러짜리 특수 어댑터가 없다면 자기 차 규격에 맞는 충전소만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전기차 확산 정책을 펴는 미국 정부가 테슬라 측에 “전기차 충전소 보조금을 받고 싶다면 다른 기업도 테슬라 규격을 쓸 수 있게 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테슬라가 관련 기술을 공개하자, 포드와 GM이 테슬라 규격을 쓰겠다고 나선 것이다. 자사 고객들이 지난 10년간 테슬라가 북미 지역 곳곳에 설치한 1만2000곳의 충전소 ‘수퍼차저’를 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미국에서 CCS를 써온 현대차·기아나 폴크스바겐을 비롯해 충전사업자 EA, 충전기 제조사 SK시그넷 등도 장기적으론 NACS로 돌아서게 될 것이란 전망도 많다.

◇日의 車 장인들도 테슬라 방식 생산

일본 차의 자존심인 도요타는 지난 12일 ‘자동차의 미래를 바꾼다’는 주제로 기술 설명회를 열고 “차세대 공장에서 테슬라의 자동차 생산 방식 ‘기가 캐스팅’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기가 캐스팅은 특수 알루미늄으로 만든 대형 합금판에 주조 기계(기가 프레스)로 수천 톤의 힘을 가해 차체를 통째로 찍어내는 방식이다. 강판 수십 개를 용접 등으로 조립해 차체를 만드는 기존 방식에 비해 차체에 들어가는 부품 수나 공정을 줄일 수 있다. 테슬라는 기가 캐스팅으로 생산 단가를 40%가량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도요타는 그간 TWB(Tailor Welded Blank·재단사 용접)라는 공법으로 수십 년간 차를 만들었다. 재단사가 양복을 만드는 것처럼 차체 부위별로 세세한 작업을 통해 불량률을 줄였다. 하지만 도요타는 지난해 판매량이 1048만대로 세계 1위를 하고서도 영업이익률이 7.3%로, 131만대를 판매한 테슬라(16.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경쟁자의 수법을 받아들이게 된 셈이다. 폴크스바겐과 현대차그룹, 스웨덴 볼보와 중국 지리자동차 등도 도요타와 같은 이유로 기가 캐스팅 도입 연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