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핵심 부품 표준화,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개발을 통해 2030년 전기차 200만대를 판매하고 전기차 부문에서 영업이익률 10%를 달성하겠다고 20일 밝혔다. 현대차는 이날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향후 10년간 109조4000억원을 투자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증권, 완성차 업계에선 현대차가 전기차 부문 영업이익률을 별도로 언급한 데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 판매로 두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있는 회사는 테슬라 뿐이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판매에서 손해를 보고 내연기관에서 이를 만회하는 식의 영업 전략을 펴고 있다. 현대차가 판매 숫자뿐 아니라 구체적인 영업이익률까지 언급한 건 생산 과정의 복잡성을 낮춰 원가를 절감하는 데 자신감을 나타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부품 표준화·모듈화로 원가 절감
현대차는 2023년부터 2032년까지 향후 10년간 109조 4000억원의 총 투자 비용 가운데, 33%에 해당하는 35조 8000억원을 전동화 관련 투자비로 책정했다.
관심을 끄는 건 통합 모듈러 아키텍쳐(IMA) 구축 부분이다. 이는 배터리와 모터 등 전기차 핵심 부품을 표준화·모듈화하는 것을 뜻한다. 현대차는 현재 전기차 플랫폼 중심의 개발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동일한 플랫폼을 쓰는 차종 끼리만 부품 공유가 가능하다. 아이오닉5와 코나EV는 모두 전기차이지만 한쪽은 전기차 플랫폼인 E-GMP 기반이고, 한쪽은 내연기관 플랫폼 기반이라 부품 공유가 불가능 하다는 뜻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공용 플랫폼 부품은 23개가량”이라고 했다.
그러나 통합 IMA 체계에선 전 차종의 부품 공유가 가능하다. 모터, 배터리뿐만 아니라 인버터, 전기전자, 자율주행 등 핵심 전략 모듈이 차급 구분없이 적용된다. 부품이 표준화되는 셈이기 때문에 원가 절감 효과가 상당히 크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대차는 2020년 말 내놓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후속인 ‘2세대 전용 전기차 플랫폼’도 개발하기로 했다. 2세대 EV 플랫폼은 중형 SUV뿐 아니라 소형, 초대형 SUV, 픽업트럭 등 모든 차급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을 통해 배터리 설치 용량 또한 커지게 되면 1회 충전 주행거리가 700㎞가량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 측은 2025년부터 현대차 4종, 제네시스 5종의 전기차를 2세대 전기차 플랫폼을 통해 개발해 출시할 것이라고 했다.
◇배터리, 설계부터 챙긴다
전기차 시대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와 관련해선 차세대 배터리를 직접 개발하는 방향으로 역량을 강화한다. 현대차는 올해 새로운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보이고 여기에 자체 설계한 배터리를 탑재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니켈 함량을 높인 신소재를 사용해 배터리 용량을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리튬메탈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해 의왕연구소에 차세대 배터리 연구동을 내년까지 건설하기로 했다. 차세대 배터리 개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소규모 시범 라인을 통한 생산 검증도 검토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향후 차세대 배터리는 전기차를 넘어 로보틱스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 간 시너지를 높이는 중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공장 2개만 남긴다
최근 수년 동안 어려움에 처한 중국 사업장은 규모를 대폭 줄인다. 이를 위해 올해 1개 공장의 생산을 추가로 중단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2021년 중국 1공장을 매각했고 지난해엔 5공장을 가동 중단했다. 가동이 중단된 2개 공장은 매각을 진행하고, 남은 2개 공장으로 생산 효율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중국 내 판매 라인업은 현재 13종에서 8차종으로 축소하고 제네시스, 팰리세이드 등 고급 및 SUV 위주로 정비할 예정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과거부터 축적한 혁신 DNA인 ‘현대 모터 웨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수익 창출의 원천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