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20일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오는 2030년 전후까지 100조원 이상 투자하는 전기차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발표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2019년부터 매년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주주·기관투자자·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미래 전략을 발표해왔는데 올해는 앞으로 10년 전기차의 양적·질적·기술적 비전을 소개하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현대차는 양적으로 작년 22만대, 올해 33만대(목표치)인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을 2030년 200만대로 늘리고, 질적으로는 전기차 부문 영업이익률을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2030년 판매 목표를 580만대로 잡았는데 이 중 3분의 1을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다.
◇전기차 부문 영업이익률 10% 이상으로
현대차는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동시에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전기차 따로, 내연기관차 따로 부품을 만들거나 설계해야 하는 여러 비효율을 줄여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현대차는 이 전략을 ‘현대 모터 웨이’라고 이름 짓고 올해부터 2032년까지 10년간 총 109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정의선 회장 등 현대차 수뇌부는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테슬라와 전기차 전환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한 글로벌 1위 자동차 회사 도요타 등에 맞서 현대차만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최근까지 고민해왔다고 한다. 결론은 소형차부터 대형 SUV, 전기차 전용 모델까지 20~30종 차량을 600만~800만대 안팎 개발·생산할 수 있는 50년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이날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현대 모터 웨이는 과거부터 축적한 혁신 DNA의 총체”라며 “우리 고유의 강점을 살려 유연한 전기차 전환을 하겠다”고 했다.
특히 현대차는 전기차 경쟁에만 몰두하다 자칫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걸 가장 우려했다고 한다. 이를 막기 위해 우선 현대차는 2025년 내연기관에서 파생된 차와 전기 전용 모델을 가리지 않고 소형~대형차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차세대 플랫폼을 개발해 투입하기로 했다. 전기차 플랫폼은 일종의 자동차 생산 시스템인데 지금은 2020년 말 개발한 전기차 전용 모델 생산 플랫폼인 ‘E-GMP’와 그 밖의 다른 차를 생산하는 기존 내연기관차용 플랫폼으로 나뉘어 있다. 그러다 보니 각각 부품을 마련하고 설계해야 하는 비효율이 컸다.
모듈화 수준도 높인다. 모듈화란 차급과 무관하게 공통으로 들어가는 부품 덩어리(모듈)의 비중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현대차는 배터리나 자율주행 시스템 등 기본 부품 모듈 86가지를 개발하기로 했다. 공장에서 부품을 일일이 조립하는 게 아니라 부품 덩어리를 한 번에 붙이는 식으로 작업이 이뤄져 생산 속도와 효율이 높아질 전망이다.
◇배터리도 직접 설계한다
전기차에서 40% 안팎의 비율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직접 설계·관리하는 비중을 늘린다. 우선 올해 선보이는 하이브리드 신차에 처음으로 직접 설계한 배터리를 장착한다. 또 내년까지 경기 의왕연구소에 배터리 연구 시설을 새로 짓고 앞으로 신차에 들어갈 차세대 배터리 개발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2025년부터는 중국 기업들이 주로 생산한 저렴하고 안정적인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도 신흥 시장용 신차 등에 적용하고, 장기적으로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도 진행한다. 전고체 배터리는 지금은 너무 비싸 쓰지 못하지만 안전하고 효율이 높아 미래 배터리 중 하나로 꼽힌다.
◇중국 공장은 2곳 추가 매각하기로
현대차는 이런 효율화 작업을 통해 2030년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자동차 4대 중 3대(75%)가 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럽 공장의 전기차 생산 비율은 54%, 한국은 36%에 이를 전망이다.
반면 판매 부진을 겪는 중국에서는 충칭과 창저우 공장 2곳을 추가로 매각한다. 2016년 ‘사드 사태’ 전후 현대차는 중국에서 공장 5곳을 가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드 사태 이후 판매량이 급감하자, 베이징 공장 하나를 2021년 매각했다. 현대차그룹 기준으로는 앞으로 중국 내에 현대차 공장 2개, 기아차 공장 2개만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