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올 상반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3만8457대를 팔아 전체 2위에 올랐다. 작년 테슬라·포드에 이어 3위였는데, 올해 상반기엔 판매량이 11% 늘며 한 계단 올라선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결과적으론 선전했지만,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보조금을 전혀 받지 못하는 여파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판매량 증가율이 시장 평균치를 크게 밑돈 데다 경쟁자인 테슬라·폴크스바겐·포드보다 낮기 때문이다. 주력 전기차인 ‘아이오닉5′ ‘EV6′는 작년 상반기보다 판매량이 오히려 줄었다.
10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작년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 7위에 올랐던 아이오닉5는 올 상반기 1만3692대가 팔려 작년 상반기보다 0.4% 줄었다. 작년 미국 시장 8위였던 기아 EV6도 판매량이 33.7% 감소했다. 두 차는 현대차그룹 미국 전기차 판매의 약 70%를 차지한다. 그나마 작년 말부터 발 빠르게 신형 코나, 제네시스 G80·GV60·GV70 전기차를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2위로 올라서는 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두 모델과 4만달러 안팎 가격대에서 경쟁하는 폴크스바겐의 전기차 ‘ID.4′는 올 상반기 1만6448대가 팔렸다. 작년 상반기보다 2.7배 늘었다. 아이오닉5, EV6와 달리 ID.4는 지난 4월부터 IRA 보조금을 100% 받아 가격 경쟁력이 더 탄탄해졌다.
하반기는 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현재 테슬라·현대차그룹·GM·폴크스바겐·포드 등 5강(强) 체제다. GM과 포드는 올 상반기 각각 배터리 공급 부족, 리콜 사태를 겪으면서 전기차 생산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반기 생산이 정상화되면 현대차·기아를 더 빠르게 추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시장 1위 테슬라는 수시로 파격적인 가격 인하를 무기로 판매량을 늘릴 가능성이 크고, 폴크스바겐은 올 1월부터 미국 테네시 채터누가 공장에서 전기차 현지 생산을 시작해 판매량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주력 전기차 아이오닉5 등은 IRA 규제를 피해 리스·렌트 시장을 주로 공략할 수밖에 없는 한계에 부딪혀 있다.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은 2025년 상반기에야 생산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