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만976대를 판매해 수입차 판매 1위에 오른 벤츠코리아가 딜러사를 건너뛰고 차량을 직접 판매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벤츠의 국내 1위 딜러사인 화교 자본 한성자동차 등의 입장이 주목된다.
21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벤츠는 최근 딜러사들에게 직판 시스템 도입, 온라인 판매 강화 관련 의견 공유 시간을 가졌다. 향후 온라인 판매가 강화되면 딜러들의 역할이 변화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현재 국내에선 테슬라, 폴스타, 혼다의 한국 법인이 온라인으로 고객에게 직접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1위 업체인 벤츠에 변화의 바람이 분 건 독일 본사의 방침 때문이다. 벤츠 본사는 이미 유럽에서 온라인 판매를 늘리는 방식으로 유통망을 혁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딜러별로 가격이 다르면 소비자가 불편을 겪는다는 비판을 감안한 조치다. 더욱이 전기차의 높은 가격을 고려할 때 유통 과정을 줄이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도 근거가 됐다. 매장은 쇼룸 구조로 통합해 인건비 등을 줄이고 차량 가격을 낮추는 게 판매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벤츠는 내부적으로 본사의 직판 강화 방침을 어떻게 한국에 맞게 적용할지를 고심 중이라고 한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벤츠는 판매량이 많은데다 시작부터 온라인 판매였던 테슬라, 폴스타와는 완전히 상황이 다르다”며 “딜러 역할을 점차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편이 이뤄질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변수는 화교 자본인 말레이시아 합셍그룹이다. 이들은 홍콩 소재 레이싱홍 등 다수의 회사를 통해 벤츠코리아 2대주주(49%) 지위를 확보하고, 금융사인 메르세데스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지분 20%도 갖고 있다. 벤츠의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또 다른 딜러사인 한성모터스, 스타자동차도 모두 이들 소유다. 합셍그룹 입장에선 이 같은 딜러 축소 방침이 반가울리 없다.
벤츠코리아 역시 직판 체제를 도입할 경우 판매량이 감소할 수 있어 고심 중이다. 수입차 업계엔 큰 폭의 할인을 앞세운 딜러들의 밀어내기 영업 방식이 관례화돼 있다. 이는 수입차 인기에 큰 기여를 해 왔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견해다. 온라인으로만 차량을 팔 경우 판매량이 떨어지면 마땅히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게 고심 거리라고 한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 환경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보다 나은 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논의를 모든 딜러들과 긴밀하고 투명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 결정된 사안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