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전북 군산시 에디슨모터스 군산공장 준공식에 당시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왼쪽 넷째), 송하진 당시 전북도지사(오른쪽 셋째), 송영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셋째), 강임준 군산시장(오른쪽 둘째) 등이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전라북도가 문재인 정부의 ‘군산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에디슨모터스에 대출해 준 100억원을 대부분 날리게 됐다. 현실성 낮은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면서 부실 기업에 특혜성 대출을 해주고, 결국 국민 세금을 대부분 회수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군산형 일자리 사업은 문재인 정부가 2021년 전북도 및 군산시와 손잡고 군산에 전기차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며 추진한 것이다. 앞서 진행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후속 편 성격이었다.

3일 전북도와 자동차 업계 등에 따르면, 전북도·군산시가 2021년 7월 군산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에디슨모터스에 대출해 준 100억원을 전북신용보증재단이 모두 대신 갚아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전북도와 군산시는 각각 50억원을 전북도 산하 기관인 전북신용보증재단에 출연했고, 농협이 에디슨모터스에 100억원을 대출해 주도록 한 뒤 재단이 빚보증(대위변제)을 서게 했다. 하지만 에디스모터스가 지난 1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대출금을 갚을 수 없게 되자 재단이 대신 빚을 갚은 것이다. 대출금 회수에 나선 전북도 등은 15억원 안팎 회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군산형 일자리 관련 대출이 이뤄진 2021년 7월은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들고, 강영권 전 에디슨모터스 회장이 주가조작에 나선 때였다. 본지가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입수한 강영권 전 에디슨모터스 회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20년 말 주가조작 범행을 계획하고, 이듬해 3월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당시 에디슨모터스의 실적과 자금 사정은 악화한 상태였다. 에디슨모터스는 2018년 183억원 순손실과 과도한 부채 탓에 회계법인에서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감사 결과를 통보받았다. 2019년 흑자를 냈지만 2020년엔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에디슨모터스에 대한 당시 대출 조건은 파격적으로 이뤄졌다. 신용보증재단은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보증이 주된 업무인데 보증 한도는 업체당 8억원이다. 다만 시·도지사의 별도 승인이 있으면 한도를 조정할 수 있는데, 당시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규정 한도를 12배 넘는 보증을 하도록 승인해 줬다. 또 20년 상환에 중도 상환 수수료도 없고, 금리도 깎아주는 조항 등이 포함됐다. 또 전북도와 군산시는 대출 외에도 고용을 늘리고 공장을 짓는 데 120억원의 보조금 지급을 약속하고, 이 중 84억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결국 세금으로 피해자 수만 명을 낳은 주가조작을 도운 셈이 됐고, 대출금까지 대부분 돌려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전북도 안팎에선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애초 취지는 물 건너갔고 200억원가량의 세금을 엉뚱한 기업에 퍼주고 이용만 당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998년 한국화이바 차량 사업부에서 출발한 에디슨모터스는 2017년 강 전 회장이 인수하며 사세가 급격히 커졌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 때인 2019년부터 서울시에 전기 버스 237대를 납품하면서 417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9년 9월 태국을 방문했을 때 강 전 회장과 함께 에디슨모터스 전기 버스에 탑승하는 등 당시 여권 관계자와의 친분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전북도와 군산시는 에디슨모터스 인수에 나선 KG그룹에 기대를 걸고 있다. KG그룹은 550억원가량을 인수 대금으로 제시했는데, 전북신용보증재단이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은 대출금의 10% 남짓으로 전해졌다. 전북도 관계자는 “현금은 2억원 정도, 출자전환까지 고려하면 15억원 정도 환수를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