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경기 화성 현대차그룹 R&D 본부인 남양연구소의 한 건물 앞. 1개당 수백만원짜리인 원통형 라이다(Lidar) 8개와 100원짜리 동전만 한 카메라 10개, 고성능 레이더 5개 등을 장착한 전기차 아이오닉5가 서 있었다. 현대차그룹이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다. 본지는 이날 국내 언론 중에서 처음으로 이 차를 시승했다.
현대차그룹은 올 연말 세계 최초로 시속 80km까지 작동하는 ‘레벨3′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한다. 레벨3는 전국 모든 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핸들을 아예 잡지 않아도 목적지를 향해 차가 알아서 달리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차에 레벨3 기능을 넣은 것은 지금까지 일본 혼다와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속 60km가 상한이었다. 현대차그룹이 이 벽을 뚫은 것이다.
지금 한국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현대차·기아는 불과 반세기전만 해도 일본이나 미국에서 들여온 차를 개조해 소비자에게 파는 회사였다. 하지만 ‘첨단 기술의 총체(總體)’라고 불리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100년 역사의 GM(제너럴모터스)이나 BMW, 미래차 아이콘 테슬라 등을 제치고 주도권을 잡기 시작한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알아서 달리는 수퍼컴퓨터’로 불린다. 라이다·카메라 등 하드웨어와, 각종 정보를 처리해 차 움직임을 결정하는 AI(인공지능) 컴퓨팅 능력, 초고속 통신 기술 등이 오차 없이 작동해야 한다. 자율주행은 특히 자동차를 넘어 로봇이나 드론, 선박 등으로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레지던스 리서치는 자율차 시장이 올해 1701억달러(약 225조원)에서 2030년 10배인 1조8084억달러(약 2400조원)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