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모터쇼인 ‘IAA 모빌리티’가 4일(현지 시각) 독일 뮌헨에서 미디어데이를 시작으로 개막했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2021년 이름을 바꾼 이 행사는 올해 역대 최대인 660여 업체가 참여해 10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IAA 모빌리티에는 그동안 전기차 전환에 다소 소극적 모습을 보였던 벤츠, BMW, 폴크스바겐 등 독일 업체들의 대규모 전기차 관련 기술과 제품 전시가 이어진다. 이들 업체는 먼 미래가 아닌 향후 1~2년 내 양산이 가능한 기술들을 선보이며 테슬라 등이 주도해 온 전기차 시장에서 ‘유럽차의 반격’을 예고했다. 전기차 대중화로 확대되는 시장 변화에 따라 전장(電裝) 부문에서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모비스 등 국내 업체들도 대거 참석했다.
◇전기차로 물든 내연기관 본고장
벤츠는 이날 전기 콘셉트카인 CLA를 최초 공개했다. 이 차량은 준중형 크기임에도 1회 충전에 750㎞ 주행이 가능하다. 현재 동급 전기차와 비교해 주행 거리가 35% 늘어난 것으로 독일 북부 함부르크에서 남부 뮌헨까지 한번에 종단할 수 있는 성능이다.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은 “100㎞당 12kWh(킬로와트시)밖에 소비하지 않도록 에너지 효율을 극도로 높인 덕”이라며 “완전히 새로운 전기차의 선구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BMW는 운전석 계기판이 사라진 콘셉트카 ‘노이어 클라세’를 선보였다. 계기판 대신 앞유리 디스플레이에 차량 정보가 표시된다. 운전자는 개인 맞춤형으로 화면을 구성할 수 있고, 중앙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콘텐츠를 손가락으로 앞 유리창으로 끌어와 표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차량은 2025년부터 양산될 예정이다. 폴크스바겐은 가격을 낮춘 전기 고성능 콘셉트카를, 아우디는 조수석에 별도의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Q6-e트론 내부 디자인을 공개했다.
현대차와 도요타 등은 이번 IAA 모빌리티에 참가하지 않았는데, 유럽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이 이들의 빈자리를 채웠다. 중국 참가 업체 수는 40여 곳으로 지난 행사보다 2배로 늘었다. BYD는 올해 유럽에 출시할 중형 전기 SUV ‘실 유’를, 올 상반기 유럽에서 10만 대를 판매한 MG모터스는 전기 스포츠카 사이버스터를 전시했다.
◇삼성, LG 등 전장 업체들도 대거 참여
유럽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하려는 국내 대표 IT 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이번 전시에 참가했다. 삼성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과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전자 계열사까지 총 1224㎡(약 370평) 면적의 대규모 전시장을 차렸다.
삼성디스플레이 부스에 들어서자 나란히 전시된 LCD와 OLED 화면에 늑대 이미지가 나타났다. 야간에 차량 주변으로 뛰어든 물체가 어느 디스플레이에서 더 눈에 잘 띄는지 비교하는 테스트였다. 디스플레이 옆에는 차량 내부 디자인에 맞춰 휘거나 구부리고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도 전시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LG전자는 별도 전시관을 운영하지 않았지만, 전시회 스폰서 자격으로 참석했다. LG전자는 2025년까지 헝가리 북동부 미슈콜츠 시에 연면적 2만6000㎡(약 7865평) 규모로 전장 사업 합작사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신공장을 세운다는 계획을 밝혔다. 유럽에 처음 짓는 생산 시설이다. LG는 신공장에서 전기차 핵심 부품인 구동 모터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인 ‘e-CCPM’을 전시했다. 알루미늄 프레임에 배터리 시스템 등 전동화 핵심 기술을 접목한 차량 하부 뼈대이다. 크기를 달리 제작할 수 있어 소형부터 대형까지 여러 차종에 접목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내연기관 시대를 주도했던 독일 업체들의 전동화 흐름에 따라 전장 등 부품 수요가 늘며 IT 업체들의 모빌리티 산업 참여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