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현지 시각) 유럽 최대 모터쇼인 ‘IAA 모빌리티’가 독일 뮌헨에서 공식 개막했습니다. 자동차 본고장인 독일에서 열리는 이 모터쇼는 원래 대표 기업인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폴크스바겐 등 ‘독일차 빅3′가 신차와 신기술을 자랑하는 곳으로 유명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세계적인 전기차 전환 흐름에 “독일차는 안 보이고, 중국차만 보인다” “모터쇼의 주인공은 중국차”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현지에서도 유럽이 중국차 공습에 전전긍긍하는 모습만 드러냈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올해 벤츠와 BMW가 내세운 차는 모두 콘셉트카였습니다. 콘셉트카는 대량생산 전에 기술 방향만 담아 시험 삼아 만드는 차입니다. 둘 다 2025년에야 양산을 한다고 합니다. 폴크스바겐 역시 대표작 골프와 유사하게 보이는 콘셉트카 ‘ID. GTI’를 공개했지만, 구체적인 성능이나 출시 일정 등은 밝히지 못했습니다. 독일차 빅3 모두 빠르게 변화하는 자동차 시장에 신기술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수십년 동안 ‘Made in Germany’라는 문구는 최첨단 자동차 기술과 디자인을 의미했지만, 이제는 독일차가 전기차 글로벌 경쟁에서 뒤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번 모터쇼를 통해 유럽이 중국 침공을 두려워한다는 인상만 더 키웠다고 합니다. 중국 기업들은 내수 시장 부진과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으로 수출길이 막힌 미국 대신 유럽 공략에 나섰습니다. 이번 모터쇼에 참가한 중국 기업도 40여 곳으로 2년 전보다 2배로 늘었습니다. 올리버 집세 BMW CEO는 모터쇼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 자동차 제조 업체들의 유럽 시장 잠식은 눈앞에 닥친 위험 요소”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도 개막식에서 중국 기업을 의식한 듯 “경쟁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독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물가가 치솟으면서 소비가 줄고, 기업들도 투자에 소극적으로 변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모터쇼에 투영된 것은 아닐까요. 2년 뒤 IAA에서는 100년을 이어온 기업들의 저력을 보여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