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첫 고성능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 5 N'./뉴스1

“2021년 5월, 우리는 경영진으로부터 아이오닉5 N이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한 바퀴 이상 달릴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2.2톤에 달하는 무거운 전기차가 이를 해내는 건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죠. 오늘은 지난 3년간 저와 아이오닉5 N이 겪었던 놀라운 성장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주목한 것이 바로 고성능차였다.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건물에서 열린 ‘아이오닉5 N 테크데이’에서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 고성능차설계팀의 손정기 책임연구원은 상기된 얼굴로 당시를 떠올렸다. ‘죽음의 서킷’으로 불리는 독일 뉘르부르크링은 길이 약 20km에 높낮이가 최대 300m에 이르는 등 고난이도 트랙으로, 세계 고성능차들이 실력을 시험하는 무대로 꼽힌다.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N도 현대차 남양연구소와 뉘르부르크링의 첫 자를 딴 이름이다.

'죽음의 서킷'으로 불리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달리는 아이오닉5 N의 모습.

이날 현대차는 테크데이에서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 N 에 적용된 다양한 신기술을 소개했다. 고속으로 달리려면 배터리와 전기모터에서 높은 출력을 내야 하는데 이를 장시간 유지하려면,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 에너지를 관리해야 한다. 튼튼한 차체와 강력한 제동 성능도 기본이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아이오닉5 N에 최초로 4세대 고전압 배터리 셀을 탑재했다. 배터리 성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주행 시작 전에 적합한 온도로 배터리를 냉각·예열하는 기능을 장착했고, 자동차가 주행 중에 모터를 사용하지 않고 관성으로 달리는 짧은 찰나에 관성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다시 전환하는 ‘회생제동’ 기능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관리를 하는 기술도 적용했다.

배터리 내부 설계도 단순화해 기존 차량과 비교해 더 즉각적으로 과열된 배터리를 식힐 수 있는 냉각 기능도 강화했다. 화재 위험도 줄어든다고 한다.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이런 열관리 시스템을 계속 업데이트 할 수도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날 “이런 식으로 개발한 4세대 배터리 시스템은 곧 출시될 신형 싼타페 하이브리드에도 장착된다”고 했다.

아이오닉5 N 서킷 주행 모습/뉴스1

특히 아이오닉5 N은 개발하는 과정에서 세계적인 드리프트 황제로 불리는 케이이치 츠지야씨를 태워 시범 주행도 했는데, 그는 “2톤짜리 차가 이렇게 경쾌하게 달릴 줄 몰랐다”고 감탄했다는 일화도 이날 소개됐다.

아이오닉 5 N은 합산 448kW(609마력)의 최고 출력과 740Nm(75.5kgf·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 전∙후륜 모터가 탑재됐으며, 일정 시간동안 출력을 크게 높여 최대 가속 성능을 발휘하는 모드인 ‘N 그린 부스트(N Grin Boost, NGB)’를 사용하면 합산 최고 출력이 478kW(650마력), 최대 토크가 770Nm(78.5kgf·m)로 증가해 3.4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도달할 수 있다. 아이오닉 5 N 개별소비세 5% 및 친환경차 세제 혜택 후 기준 76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