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다’는 냉엄한 국제사회 현실은 적어도 지금까지 한미동맹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1953년 10월 1일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로 ‘한미동맹’이 시작된 지 70년, 6·25를 통해 씨를 뿌린 동맹은 역사의 시련을 거치며 성장했고 강해졌다. 베트남·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에서 함께 싸웠고, 이젠 우크라이나와 자유의 어깨를 걸고 있다. 미국의 원조로 성장한 한국이 미국에서 가장 많은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나라가 됐고, 미8군 무대에서 성장한 음악인들은 K팝의 씨를 뿌렸다. 70년 전 두 나라의 진격은 휴전선에서 멈췄지만, 자유와 번영을 향한 한미동맹의 새로운 진격은 계속되고 있다. 본지는 ‘한미동맹 70주년-번영을 위한 동행’을 통해 한미동맹의 과거, 현재, 미래를 짚어본다.


지난 20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워싱턴 내셔널스 야구팀 홈구장에서 열린 '현대 호프 온 휠스(Hyundai Hope On Wheels : 바퀴에 희망을 싣고)' 시구 행사에서 '현대 호프 온 휠스' 어린이 홍보대사인 올리버 포스터(오른쪽), 레이니 클락이 시구하고 있다. 열 한살인 올리버 포스터는 다섯 살 때 백혈병 진단을 받았지만 3년의 투병 끝에 암을 극복했다. /현대차그룹

美 발판삼아 성장한 현대차, 암환자에 25년간 3000억원 지원

[1] 美 아이들 꿈 찾아준 한국기업

지난 20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 있는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팀 워싱턴 내셔널스 홈구장. 내셔널스 유니폼을 입은 환한 표정의 소년 소녀가 마운드에 올라 시구를 준비했다. 올리버 포스터와 레이니 클라크다. 둘은 각각 5세와 6세 때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수십번씩 척추에 주사를 맞고 독한 약을 먹어가며 투병한 두 아이는 3년 만에 암을 완전히 이겨냈다. 그리고 이날 야구장에서 힘차게 공을 던졌다.

올리버가 누구보다 신나게 축구를 하고, 레이니가 가수의 꿈을 꿀 수 있게 도운 곳 중 하나가 현대차그룹이다. 1998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25년간 이어진 ‘호프 온 휠스’(Hope On Wheels) 활동을 통해서다. 시구 다음 날인 21일에는 올리버, 레이니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워싱턴 DC의 한 행사장에 나란히 섰다. 호프 온 휠스 25주년 기념 행사 자리였다. 톰 코튼 상원의원, 마이크 켈리 하원의원 등 의원들과 소아암 병원 관계자, 개인 후원자 등 250여 명이 함께였다.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 때 시작된 이 단체 행사에 아들 정의선이 현대차그룹 회장으로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회장은 “소아암을 극복해 투병 중인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며 “현대차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세계를 위한 올바른 일을 늘 찾고 있는데, 가장 소중히 여기는 활동 중 하나가 호프 온 휠스”라고 했다.

6·25 전쟁 이후 폐허나 다름없던 한국은 1953년 맺은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 국가가 됐다. 현대차그룹 역시 탄탄한 미국 시장을 기반으로 지난해 세계 3위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했고, 미국의 미래인 아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25년간 현대차 딜러들은 차를 한 대 팔 때마다 14달러 안팎을 기부했고, 현대차 미국 법인과 한국 본사가 돈을 더 보태 기금을 모았다. 이렇게 모인 게 총 2억2500만달러(약 3006억원)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호프 온 휠스는 25년간 미국의 소아암 병원 175곳과 신약 개발 등 각종 암 치료 연구 프로젝트 1300여 개를 후원해왔다. 또 규모 면에서 미 전역의 수백개 소아암 관련 단체 중 ‘3대(大) 재단’으로 성장했다.

◇20년 넘게 이어진 ‘14달러’의 기적

호프 온 휠스는 ‘바퀴에 희망을 싣는다’는 의미다. ‘자동차’ 기업인 현대차가 ‘휠체어’에 의존해가며 암과 싸우는 아이들을 응원한다는 뜻이 담겼다. 시작은 1998년 미국 북동부 뉴잉글랜드 지역 한 동네의 미국인 현대차 판매원이었다. 그가 동료들에게 “차를 팔 때마다 기부해서 우리 동네 소아암 병원을 후원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처음에는 뉴잉글랜드 지역 딜러들이 호응했고, 현대차 미국 법인과 한국 본사까지 나서는 ‘나비효과’로 이어졌다.

지난 20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 있는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팀 워싱턴 내셔널스 홈구장에서 현대차그룹 ‘호프 온 휠스’ 25주년을 기념해 시구에 나선 올리버 포스터(앞줄 왼쪽부터)와 레이니 클라크가 야구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그 뒤에는 존 구스타페로(왼쪽부터) 호프 온 휠스 재단 이사, 장재훈 현대차 사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돈 라일리 호프 온 휠스 공동 설립자, 케빈 라일리 호프 온 휠스 부의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COO가 아이들을 응원하며 손을 번쩍 치켜들고 있다./현대차그룹

활동 초기 딜러들이 자신들이 파는 차 1대당 14달러를 모으기로 한 것도 남다른 의미가 담겨 있다. 미국의 1~14세 어린이가 질병으로 숨졌을 때 사망 원인 1위가 암이라는 점을 기억하자는 취지였다. 물가 등을 반영해 지금은 기부액이 20달러 안팎으로 늘었지만, 이런 초심은 여전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미국 사회와 함께하는 소아암 극복

현대차는 호프 온 휠스를 매개로 소아암 극복을 위해 미국 정·관계, 지역사회와 활발하게 교류한다. 미국에서는 9월이 ‘소아암 인식의 달’이다. 이 시기 현대차는 소아암 극복 방안을 찾는 미국 의회 의원 모임인 ‘소아암 코커스(Congressional Pediatric Cancer Caucus)’ 등과 환자·의료진 등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 또 이 시기 미 전역에서 암을 극복한 사람과 그 가족, 자원봉사자 등 여러 시민이 관련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6일 재단이 노스캐롤라이나대 암센터에 10만달러를 기부한 행사도 그런 사례 중 하나였다. 이날 이 학교 저널리즘스쿨 학생 애슐리 버넷이 특별한 손님으로 참석했다. 그는 7세 때 신경계 악성종양 진단을 받았고 1년 뒤 림프 조직에서도 종양이 발견됐다. 이후 4년간 화학 요법, 방사선 치료 등을 받고선 완치 판정을 받았다. 애슐리는 이날 행사에서 “현대차 호프 온 휠스와 의료진을 앞으로 계속 응원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