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연합뉴스

최근 미국 미시간주(州) 디트로이트 일대에서 벌어지는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파업과 집회에 자동차업계의 시선이 쏠려 있다. UAW는 앞으로 4년 동안 임금을 40% 올려달라며 파업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26일(현지 시각)에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이들의 시위에 동참했다. 이를 두고 자동차업계에서는 최후의 승자는 일론 머스크일 것이라는 반응이 잇따른다.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우선 GM(제너럴모터스)나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빅3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최근 2~3년 간 긴급하게 전기차 전환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주자인 테슬라나 중국의 BYD(비야디), 독일 폴크스바겐이나 한국의 현대차·기아에 비해 생산량이나 품질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그래서 이들은 최근 빠르게 투자를 늘리며 추격 중인데, 파업이란 복병을 만난 상황이다.

4년간 임금 40% 인상 등 UAW의 요구가 어느 수준 이상으로 받아들여질 경우 미국 빅3는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연구·개발 등에 들어갈 비용을 대느라 전기차 전환 속도가 다소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테슬라를 추격하는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파업 이후도 문제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UAW가 ‘현명하게’ 파업에 나서면서 디트로이트는 단숨에 미국 정치 중심에 서게 됐다. 26일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27일에는 트럼프 전 공화당 대선 후보가 현지를 방문한다. 다만 트럼프가 찾는 공장은 UAW와 직접적 연계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6일 미국 미시간주(州) 디트로이트 인근 제너럴모터스(GM) 부품 센터 앞에서 파업 중인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AP 연합뉴스

이런 여파가 다른 자동차업계에도 미칠 수 있다는 반응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정권 초부터 밀어붙이는 전기차 육성 정책에 따라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불안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번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준만큼, 아직 UAW 소속이 아닌 근로자들도 임금 인상이나 일자리 보전 등의 요구를 시작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나 폴크스바겐 등 미국 기업이 아니면서 현지에 공장을 둔 곳들은 근로자들이 대부분 UAW 소속이 아니다.

미국 빅3의 부담이 커지든, 현대차·폴크스바겐 등의 압박이 생기든 앞서나가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입장에서는 ‘강건너 불구경’과 같은 상황이란 평가가 많다. 사실 이 문제는 전기차 전환이라는 패러다임 전환 앞에서, 내연기관 차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옮겨가는 과정에 생기는 마찰음이라서다. 100% 전기차만 만들고 있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시급한 문제가 아닌 셈이다. 26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머스크는 SNS인 X에서 미국 자동차 노조를 비판했다. 그는 “그들(노조)은 40%의 임금인상과 주당 32시간 노동을 요구하고 있다”며 “GM, 포드, 크라이슬러는 신속파산으로 운전해 가는 길”이라 했다.

25일 오후 서울 시내 전기차 충전소 모습./뉴스1

특히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면서 작년부터 세계 곳곳에서 차 가격을 수시로 인하하면서 가격 경쟁을 붙였다. 테슬라 역시 이익률은 떨어지고 있지만 경쟁자들은 차값을 깎는 테슬라와 경쟁하느라 더 많은 손해를 보면서도 시장 점유율을 높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반면 테슬라는 이런 경쟁 속에서도 매출이 늘면서 지난 2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났다. 특히 전기차는 부품 수가 적기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더 적은 인원으로 생산할 수 있어 전체 인건비 부담이 덜하다. 테슬라가 더 유리한 고지에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