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가 지난달 19일 일본 아이치현 3개 공장을 외부에 공개하고 현재 개발 중인 배터리와 생산 시스템 분야 등 신기술을 소개했다. 도요타는 최근 수년간 전기차 전환이 늦어지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보수적인 도요타가 이런 점을 의식해 개발 중인 주요 기술을 외부에 공개한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차세대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 상황이었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 전해질이 고체로 구성돼 있다. 전해질이 액체인 리튬 이온 배터리와 비교해 화재 위험성이 적고 에너지 밀도는 2~3배 높아 전기차 판도를 바꿀 미래 기술로 꼽힌다.
도요타는 지난 6월 “2027~2028년쯤 상용화가 목표”라고 밝혔는데, 이날 배터리를 생산하는 테이호 공장을 공개하고 대량 생산 가능성을 한층 더 높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고체 배터리가 성능을 내려면 양극과 음극, 고체 전해질 층이 서로 조밀하게 붙어서 이온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도요타는 고속으로 이런 공정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또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제조 혁신의 상징으로 불리는 ‘캐스팅’ 방식을 아이치현 미요시 공장에서 선보였다. 그동안 도요타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는 수십개의 금속판을 용접해 차체를 만들어왔다. 반면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알루미늄 합금판을 만들고 여기에 최대 8000t의 힘을 가하는 캐스팅 기계를 통해 차체를 찍어내는 방식을 쓴다. 부품과 공정을 줄여 효율이 높다.
도요타는 그간 ‘재단사 용접’이라 불리기도 한 세밀한 차체 조립으로 불량률을 낮춰왔다. 하지만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2026년 출시되는 전기차부터 테슬라를 쫓아 기가 캐스팅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도요타는 설계 당시 예상치 못했던 오류가 생산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 공장에 ‘디지털 트윈’ 기술도 활용하고 있다. 전 생산라인을 3D로 가상공간에 구현해 작동시켜보고 오류나 비효율을 잡아내는 방식이다.
또 아이치현에 있는 모토마치 공장에서는 차량을 물류 로봇으로 이동해 인력 소모를 줄이고, 정전기를 활용한 페인트칠로 자동차에 색을 입히는 기술도 활용하고 있다. 페인트 입자를 음극으로 만들어 양극인 차체에 붙게 하는 원리로 이를 통해 에너지 절감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도요타가 전기차 분야에서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것이 과제라고 본다. 도요타는 작년 기준 글로벌 판매량 세계 1위 기업이지만, 전기차 분야에서는 테슬라나 폴크스바겐, 현대차·기아, 중국 BYD(비야디) 등보다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요타는 지난해 2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테슬라 판매량(131만대)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보수적인 도요타가 이례적으로 기술 공개 등을 내세운 것을 감안하면 더 적극적인 전기차 전환에 나설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