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이오닉5, 아이오닉6가 테슬라 슈퍼 차저 앞에 주차된 모습/조선DB

현대차·기아 북미 법인은 5일(현지 시각) 내년 4분기부터 미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에 테슬라 충전방식인 북미충전표준(NACS)을 채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판매용은 2025년 1분기부터 NACS가 적용된다.

이로써 북미 지역에선 사실상 테슬라의 충전 방식이 기존 표준이었던 CCS(Combined Charging System)를 밀어내는 모습이다. GM 과 포드, 리비안 등 미국 업체 외에 볼보, 폴스타, 벤츠 등 유럽 업체도 NACS를 채택했고 현대차그룹까지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CCS 방식의 가장 큰 지지자 격인 폴크스바겐도 북미에서 NACS 방식을 채택하는 안을 테슬라와 협상 중이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테슬라 슈퍼차저는 미국 내 전체 급속 충전기의 6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 등의 NACS 합류는 시간 문제란 분석이 많았다. 전기차 전환 시 비용 필요가 큰 상황에서, 전기차 판매에 필수 인프라인 충전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 비용을 그만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NACS 채택으로 현대차 구매자들의 충전 편의가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현대차는 데이터 종속 문제, 충전 속도 저하 이슈 탓에 막판까지 NACS 합류를 고민했다고 한다. 김흥수 현대차 GSO 담당 부사장은 지난 6월 “테슬라가 주도하는 충전 체계 안에서 종속되는 게 중장기적으로 각 사가 가지고 있는 전기차 전략을 전개하는 데 유효할까 하는 것도 중요하게 따져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현대차와 기아 차량 소유주의 테슬라 슈퍼차저 이용 시 테슬라 앱이 아닌 현대차그룹 앱을 사용하게 할 방침”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 전기차는 800V 전압으로 초고속 충전이 되도록 설계돼 400V 전압인 테슬라 슈퍼차저를 이용하면 충전 속도가 느려지는 문제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선 “테슬라와 협력해 충전 속도 최적화 중”이라고 전했다. 한 충전 전문가는 “테슬라가 현대차만을 위해 충전 구조를 바꾸는 것은 어려워, 일정 부분 충전 속도 저하는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