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Y가 지난달 국내에서 4206대 판매되며 벤츠 E클래스 등을 누르고 수입차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이 차량은 8월엔 431대가 팔렸는데 갑자기 판매량이 10배 늘어난 것이다.
수입 업체가 단일 모델을 한 달 만에 4000대 판 건 의미가 적지 않다. 이는 벤츠와 BMW도 기록하기 어려운 숫자다. 지난 한 해 동안 테슬라가 국내에서 판매한 차량은 1만4571대였다.
이 같은 판매 증가는 모델Y의 가격이 크게 내려갔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국내에서 판매되는 테슬라 차량은 LG에너지솔루션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가 탑재된 미국 공장 제조 모델이었다. 그런데 테슬라는 지난달부터 중국 CATL이 제조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달고 중국 상하이에서 제조한 모델을 국내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판매 가격을 2000만원가량 낮춰 할인과 보조금 등을 합해 4000만원 후반대에 구매가 가능해졌다.
올 들어 테슬라, 현대차, 폴스타 등 전기차 판매량이 크게 줄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에선 전기차 판매에 일시적 정체를 뜻하는 ‘캐즘’이 왔다는 분석이 많았다. 얼리 어답터(신제품을 일찍 사용하는 그룹) 등 전기차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이미 구매를 했고, 충전 인프라 등 불편 때문에 일반 소비자가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테슬라가 모델Y의 가격을 확 낮추자 판매량이 수직 상승한 것이다. 이는 가격이 판매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으로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저가 전기차를 앞다퉈 개발 및 출시하는 흐름과도 맥을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한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가 너무 비싸다는 인식이 판매를 가로막고 있다”며 “판매 상승을 위해선 차량 가격을 낮추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다”고 했다.
업계에선 중국산 모델Y가 기존보다 1회 충전 거리가 크게 줄어든 350km 임에도 고객이 몰렸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최근 1회 충전 주행거리 400~500㎞ 이상인 차들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마케팅 부문에서도 주행거리를 소비자 편의와 연결해 홍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짧은 주행거리 차량에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면서, 주행거리의 중요성이 과장돼 홍보돼 온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프리미엄 시장과 저가 전기차로 시장이 이분된다기 보다, 저가 전기차 판매가 시장 확대에 더 큰 역할을 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