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킹 압둘라 경제도시(KAEC)에 중동에서 처음으로 자동차 생산 공장을 짓는다. 현대차그룹의 중동 지역 첫 생산기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2일(현지시간) 리야드 야마마궁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확대회담을 마치고 오찬장으로 향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현대차는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함께 총 5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내연차부터 미래차인 전기차까지 연간 5만대를 현지에서 만들 수 있는 반조립제품(CKD) 공장을 짓는다. 사우디 공장을 중심으로 오는 2030년쯤 300만대 안팎 규모로 커질 중동과 북아프리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22일(현지시각)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페어몬트호텔에서 야시르 오스만 알루마이얀 PIF 총재 등과 만나 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 계약을 맺었다고 현대차그룹이 23일 밝혔다. 공장이 들어설 경제도시는 사우디 제2의 도시이자 최대 무역항이 위치한 제다로부터 약 100㎞ 떨어져 있어 수출입이 용이한 지역이다. 양측은 5억달러 이상을 공동 투자해 내년 착공에 들어가고 2026년 상반기 생산을 시작할 방침이다. 지분은 현대차가 30%, PIF가 70% 보유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리야드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현대차·PIF 자동차 생산 합작투자 계약 체결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 윤 대통령, 야지드 알후미에드 사우디 국부펀드(PIF) 부총재, 칼리드 알 팔레 사우디 투자부 장관./대통령실 제공

이 공장은 현대차의 미래차 전략에 있어서도 중요한 생산 거점이다. 현재 사우디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성장 동력을 다양화하는 국가 발전 프로젝트 ‘사우디 비전 2030′ 사업 일환으로 친환경차 도입을 빠르게 추진한다. 2030년 수도 리야드의 자동차 30% 이상을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게 이를 주도하는 사우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구상이다.

자동차 업계는 이 시기쯤 중동 자동차 시장이 300만대 안팎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무렵의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라도 조기 진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사우디는 중동에서 단일 국가로는 가장 시장 규모(작년 64만대)가 크다.

현대차·기아는 2030년 전후 총 50만대 안팎을 중동 시장에서 판매하는 게 목표다. 구체적으로 현대차는 2032년 35만대, 기아는 2030년 21만대를 목표치로 내놨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기아 합해 중동 판매량은 32만대였다.

특히 시장 상황에 맞춰 이 중 전기차 비중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현대차는 이미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GV60 등 6종의 전기차를 현지 판매 중이다. 2032년에는 전기차 5만대 이상을 판매할 계획이다. 기아 역시 2030년 6만대 돌파가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