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일본 도쿄에서 개막한 일본 최대 모터쇼인 ‘일본 모빌리티쇼 2023′에서 도요타·혼다·닛산 등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전기차를 전면에 내세웠다. 운송·화물·야외활동에 모두 쓸 수 있는 다목적 전기차나 전기 스포츠카 등 종류도 다양했다. 하이브리드차나 수소차를 앞세우던 예전과 다른 모습이다.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지각생’으로 여겨졌던 일본이 테슬라나 현대차·기아 등 전기차 선두 주자 추격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1위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의 사토 고지 사장은 전 세계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맞추기 위해 더 다양한 전기차를 선보이겠다고 했다. 그는 “진짜 자동차 제조사만이 만들 수 있는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했다. 자동차 제조보다는 IT(정보기술) 기업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으며 단 4종의 차만 내놓은 테슬라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도요타는 이날 콘셉트카(개발 방향을 담아 시범적으로 만드는 차)인 전기 SUV ‘FT-3e’, 전기 스포츠카 ‘FT-Se’와 함께 미니 전기 밴 ‘가요이바코’를 무대 중앙에 올렸다. 가요이바코는 일본어로 왕래하다는 뜻을 담은 ‘가요우’와 상자를 의미하는 ‘하코’를 합친 말이다. 실내 공간이 넓어 배달·운송은 물론, 이동형 사무실이나 푸드트럭 같은 작은 매장처럼 쓸 수도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는 승용차보다는 상용차가 전기차 전환이 더 빠를 것이라고 예상한 것 같다”고 했다.
혼다도 소형 전기 미니밴 ‘N-Van E’를 앞세웠다. 단거리 운행에 적합한 2인승 전기차도 공개했다. 또 2026년부터 미국 GM(제너럴모터스)이 만든 자율주행차 기업 크루즈와 손잡고 일본에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닛산 역시 승용차, SUV, 스포츠카, 미니밴 등 전기차 4종류를 한꺼번에 공개해 주목받았다.
다만 이날 공개된 일본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는 대부분 콘셉트카여서 언제 출시될지는 불투명하다. 기존 자동차 제조사의 경쟁력을 살려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려는 전략 역시 현대차·기아나 폴크스바겐 등이 이미 시도 중인 만큼, 후발 주자인 일본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불리한 전세를 뒤집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