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미국 GM(제너럴모터스)와 포드, 독일 폴크스바겐 등이 최근 잇따라 전기차 투자 계획을 연기하거나 철회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우리는 2026년 ‘글로벌 전기차 194만대 판매’란 목표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사실상 ‘나 홀로’ 직진 선언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는 ‘하이브리드차’ 경쟁력을 꼽는다.
내연차에서 탄소 배출이 적은 친환경차로의 전환이 필연적인 상황에서, 약 10년 전부터 하이브리드차는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가는 과정에서 일종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아이콘 테슬라가 등장한 것을 계기로 최근 4~5년간 전기차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제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면서 주요 기업들은 다시 하이브리드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기아는 이미 하이브리드 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어, 이 시기를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버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전기차 전환에 가려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실제 최근 2~3년간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 판매량(충전식 포함)은 전기차 못지않게 가파르게 늘었다. 올 3분기 기준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차 판매량은 약 22만4000대로 3년 전인 2020년 3분기(약 9만1000대)의 2.5배가 됐다.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9%에서 21%로 뛰었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도 2020년 3분기 약 5만대에서 올 3분기 11만1000대로 늘었다. 하지만 증가율은 하이브리드보다 오히려 낮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이 이제야 하이브리드 개발에 돌입할 때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로 수익을 내면서도 전기차 투자를 더 늘려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면서 “내연차·전기차·하이브리드를 모두 판매할 수 있다는 게 차별화한 점”이라고 했다.
기름 값이 저렴했던 미국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하이브리드 경쟁력이 떨어진다. 폴크스바겐 등 독일 기업들은 하이브리드 중에서 유럽에서 인기인 충전식 하이브리드만 주로 생산하고 있다. 도요타·혼다 등 하이브리드가 주력인 일본 기업들은 반대로 전기차 개발이 미국·독일 기업보다 늦다.